[프로야구] 한화, 아쉬운 수비포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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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양팀의 16차전이 7일 잠실에서 열렸다. 팀간 전적 11승 4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한 두산은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혈전이었고, 반면 한화는 최근 3연패와 함께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두산에 대한 자존심 회복의 한판이었다.

결과는 두산의 3-2 신승. 2-2 동점 상황에서 5회말 터진 이도형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 승부를 갈랐다. 내일부터 29일까지(한국팀이 결승리그 진출에 실패할 경우 26일까지) 긴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경기인 터라 양팀 모두 1승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선발 조계현과 구대성의 무게로 볼 때 한화쪽이 무거워 보였지만 불펜이 활발한 두산의 계투작전이 주효했다. 조계현은 5회말 2사후에 터진 이도형의 한 방 덕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며 시즌 5승(3패)을 기록했다. 반면 구대성은 7이닝을 호투하고도 뼈아픈 홈런 허용으로 시즌 6패(4승)째를 당했다.

양팀은 오늘 투수들의 구위에 눌려 11개의 안타(두산 6개, 한화 5개)를 생산하는 빈타를 보였고 수비실책으로 실점하는 등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두산이 범한 홍원기와 안경현의 실책은 집중력이 떨어진 실책.

반면 한화의 2회말 수비 실책은 팀플레이 전체의 공백을 드러냈다. 1사 1루에서 8번 문희성이 친 타구를 강석천이 잡지 못하며 좌익수 쪽으로 타구가 느리게 흘렀다. 주자는 1사 1-2루로 변했지만 좌익수 이영우의 느린 수비대응이 1루 주자 홍원기의 3루 점령으로 나타났다.

이 때 이영우는 허겁지겁 3루에 공을 뿌렸지만 세이프. 하지만 2루수 신국환이 베이스커버를 망각한 채 타자주자 문희성에게 2루 진루를 허용한 것은 프로야구 수비라기엔 아쉬움이 컸다.

수비수는 항상 아웃카운트와 주자여부에 따라 긴장하고 수비선에 있어야 한다. 거기에 '딱'하는 타구 방향에 따라 자신의 위치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 한화가 2회 장원진에게 얻어맞은 2타점은 그래서 더더욱 뼈아팠다.

또 하나 생각할 것은 실책한 선수에 대한 문책이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에선 실시간 문책이 자주 나온다. 한화의 이희수 감독은 어제와 오늘 백재호와 강석천을 실책과 동시에 교체했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건드려 다음 출장에도 지장을 주는 전근대적 지도자론이다.

21세기형 지도자와 21세기형 지도철학을 한국프로야구에서 기대하기란 아직 이른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제도권에 있는 지도자들의 양식변화가 없는 한, 한 단계 앞선 야구를 접하는 것도 미뤄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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