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드니통신] 해외선수단 이끄는 한국인 감독들

중앙일보

입력

어쩔 수 없이 조국과 한판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승부사들이 있다.

2000시드니올림픽에도 어김없이 양궁, 태권도, 배드민턴 등 한국이 세계정상급에 있는 종목에서 각국 대표선수들을 이끌고 조국과 메달레이스를 벌일 한국출신 감독들이 그 장본인들.

워낙 한국을 잘 알고있어 경계의 대상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한국의 경기력이 전 세계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개최국 호주의 양궁대표팀 감독으로 초빙돼 3년 동안 대표팀을 맡아온 이기식감독은 '92바르셀로나, '96애틀랜타올림픽 사령탑을 거친 한국 양궁이 배출한 최고의 지도자로 2004년까지 연봉 11만호주달러(약 7천600만원)에 재계약될 만큼 호주 양궁계의 신임이 두텁다.

사이먼-케이트 페어웨더 남매 등을 앞세워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노리는 그는 특히 홈부시베이의 변덕스러우면서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의 심술을 교묘히 헤쳐나가는데 누구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때문에 한국 대표팀은 이감독의 '조언'을 희망하고 있다.

이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시절 이왕우, 장영술 현 남녀대표팀 감독을 코치로 거느리기도 했다.

콸라룸푸르에서 한때 그의 이름을 딴 햄버거 '주봉버거'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는 일화를 갖고있는 박주봉 말레이시아 배드민턴감독.

박감독은 한국체대 교수를 포기한 채 영국으로 유학, 대표선수들을 지도하다 연봉 2억원, 주택 및 승용차제공, 학비 전액부담의 좋은 조건으로 99년 10월이후 말레이시아대표팀을 지도, 시드니올림픽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페루배구의 아버지로 전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박만복감독도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시드니에 원정, 메달권 진입을 시도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 퍼져있는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한국인 해외사범들의 무더기 입국이 예상되는 종목이다.

지난 5월 여자 49kg급에서 부상중인 친구를 위해 올림픽 티켓을 양보한 에스더 김 미담으로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을 감동케 했던 미국 태권도대표팀에는 전영인 사범이 10여 년 간 감독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태권도의 실세 김영기(스페인) 사범과 이집트교민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기영사범, 김광수(프랑스), 박영길(이탈리아), 고태정(덴마크), 이효주(터키), 정진태(호주), 장종희(아르헨티나), 홍은석(멕시코) 등 한국인 감독이 즐비하다.

전체 참가국 51개국 중 3분의 2가 한국인 감독으로 종주국과 불꽃튀는 접전을 벌인다.

이밖에 쇼트트랙 국가대표출신으로 호주 국가대표를 지도하고 있는 장권옥 감독은 이번 하계대회에 출전하지 않지만 선수촌 임원으로 등록, 다른 종목 선수.임원들을 뒷바라지하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