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상' 항의 시위 유럽전역 확산

중앙일보

입력

유럽대륙 전체가 들불처럼 번져가는 유가 인상 항의 시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는 최근 스페인과 벨기에로 번졌다. 이어서 독일.폴란드 등으로까지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각국 정부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 경과=프랑스의 화물차.택시.구급차 기사들은 1년 사이 디젤유값이 40%나 오른 데 항의, 지난 4일 일부 도시의 정유시설.유류저장소와 도로를 봉쇄하며 시위에 돌입했다. 여기에 어부.농민들까지 합세하면서 시위는 전국으로 번졌다.

긴급진화에 나선 프랑스 정부가 6일 2001년까지 디젤유에 대한 세금을 ℓ당 55상팀(약 83원)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트럭 1대당 연간 1만5천프랑(약 2백30만원)의 경비절감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시위대에 봉쇄된 시설물 수는 이날 오전 1백20여개소에서 오후에는 1백40여개소로 오히려 늘었다.

사흘째 시위가 계속되자 석유 유통망이 마비됐다. 리옹 공항에서는 항공기 연료부족으로 일부 노선의 운항이 취소됐다. 국경지방에서는 아예 다른 나라로 국경을 넘어가 기름을 사오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 확산=스페인의 화물차.농민.택시기사 등으로 구성된 유류소비자연합회가 5일 스페인 최대 정유그룹인 렙솔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스페인에서는 농업용 디젤유 가격이 지난해 62.5% 인상된데 이어 올들어 또다시 66%가 올랐다.

이들은 이달 중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일련의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정부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할 태도다.

벨기에도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화물운송연맹(FEBETRA)이 3일 수도 브뤼셀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밖에 폴란드에서는 다음달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놓은 급진농민당측이 5일 유가 인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항의, 다음주 폴란드의 2대 정유소를 봉쇄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독일에서도 수개월 전부터 언론과 운송.화물노조들이 끝을 모르는 유가 인상에 대해 연일 정부를 성토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다.

◇ 정부 대응=유럽 국민들은 정부가 석유세를 내려서라도 기름값을 안정시켜주길 요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유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미주 국가들에 비해 기름값이 매우 높다.

프랑스는 디젤유 가격이 ℓ당 6프랑(약 9백원)으로 미국보다 두배 가까이 비싸다.

유럽 각국 정부들은 다른 세금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경감을 추진하지만 석유세를 낮추면 고유가 시대에 유류 소비를 부추길까봐 인하를 망설이고 있다.

또한 석유세를 낮춰 국내 석유가격을 떨어뜨릴 경우 자칫 유럽연합(EU)이 금지한 국가보조로 취급돼 이웃 나라들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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