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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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종근 기자]

넘쳐나는 ‘알파걸’들, 어떻게 ‘알파우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뿐 아니라 같은 유교 문화권인 일본에서도 고민거리인 모양이다. 김영순(63·사진)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이 2009년 서울 송파구청장 재임 당시 쓴 여성 자기계발서 『최초는 짧고 최고는 길다』가 일본어판으로 출간됐다. 17일 일본 출판사 요시모토 북스가 내놓은 『알파걸의 일하는 방법』이다. “일본 여성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쓴 책인데, 일본 출판계에서 관심을 가져 솔직히 놀랐다”는 김 회장을 만나 여성의 성공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여자라고 물러서면 여자라서 무너진다”며 젊은 여성들에게 더욱 치열한 분발을 당부했다.

 꿈부터 크게 꿔라

김 회장은 여성 성공의 가장 큰 장애물을 여성 내부에서 찾았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꿈 자체가 작고,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약한 게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신입사원들에게 ‘이 회사에서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여성 응답자의 절반이 ‘실무관리자’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성 대부분이 ‘최고경영자’라고 응답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김 회장은 “이는 사회 시스템의 ‘유리천장’ 때문에 꿈이 꺾인 게 아니라, 여성 스스로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꿈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라는 것을 명심하고 꿈부터 크게 꿔라”고 강조했다. “꿈꾸는 자만이 방법을 찾아내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출간된 『알파걸의 일하는 방법』 표지.

인적 인프라 구축에 신경써라

인간관계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직장이나 각종 모임 등에서 이뤄진 사회적 관계와 가족과 친구 같은 개인적 관계다. 여성들 중엔 사회적 관계가 영 신통찮은 경우가 많다. 관심이 부족해서다. 김 회장은 “인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동료 집단을 과감히 뛰어넘어라”면서 “아는 얼굴이 별로 없는 모임, 내 분야와 무관한 어색한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술을 못 마셔 인맥 관리가 힘들다는 여성도 많다. 이들에게 하는 김 회장의 충고는 “‘술정(情)’ 대신 ‘밥정’을 쌓아라”다. 김 회장은 “장안의 맛집 리스트를 섭렵해 두고 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자신의 비법을 공개했다. 상대방에 따라, 날씨에 따라, 만나는 지역에 따라 최적의 장소를 제시하기 위해서란다.

가족은 방해자가 아니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책임도 지고 있는 기혼 직장 여성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김 회장은 “가정과 자녀의 응원은 일하는 여성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방해자가 아니라 최고의 지지자가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자신의 사례를 들어 가족의 ‘효용’을 설명했다. “‘과감하게 잘하고 있다’ ‘감각 있다’며 치켜세워주는 남편과 ‘엄만 잘할 거야, 엄마가 못하면 누가 하는데…’라며 믿어주는 삼남매가 있어 힘내고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길러진다는 것도 기혼여성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을 경험하고 감당하면서 얻은 돌봄과 배려, 인내와 신뢰의 미덕이야말로 ‘섬김 리더십’의 요체가 된다.

 물론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서는 고충도 많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김 회장은 “스스로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선’을 정해놓아라”고 권했다. ‘엄마지만 사회인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선’과 ‘사회인이지만 엄마로서 양보할 수 없는 선’을 정해두고 단호하게 지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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