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피해 아이들 임시 거처 마련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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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6일 오전 11시 대구시 북구 산격동 소프트웨어벤처타워 1401호.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이사장 김명화·44·사진) 사무실에 황치모(46·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씨가 찾아왔다. 그는 자연보호단체에서 청소년봉사단을 이끌고 있다고 자신을 김 이사장에게 소개했다. 이어 “학교폭력이 도를 넘은 것 같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함께 뛰어보자”며 손을 잡았다.

 소프트웨어조합 사무실 한쪽에는 ‘학교폭력퇴치위원회’가 있다. 김 이사장이 최근 만든 시민단체다. 그는 학교폭력 신고전화(1544-6681)를 개설해 24시간 신고를 받고 있다. 전화 상담은 자원봉사자 2명이 맡고 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휴대전화로 연결된다. 이 단체는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경찰·교육청 관계자와 함께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부모에게 연락하고 부모가 돌볼 수 없는 학생은 직접 보호할 예정이다. 가해 학생이 법 절차에 따라 처리되는 과정을 일일이 감시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과 교육계·언론계 인사 24명으로 자문위원단도 만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 등 관계 기관에 제안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이 단체는 교육청·경찰청에 학교별 담당자를 두고, 학교의 교실·화장실 등에 폭력 신고전화를 적은 포스터를 게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학교폭력으로 3회 연속 적발될 경우 치료기관에 격리하고, 학생의 신고를 묵살한 교사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이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최근 국무총리실과 교과부·경찰청 등에 보냈다.

김 위원장은 고교 교사로 9년간 일하다 2001년 컴퓨터프로그램개발업체인 ㈜인트모아를 설립했다. 이후 국내 정보기술(IT)업체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조합 이사장, 회사 대표, 폭력퇴치위원회 위원장 등 1인3역을 수행하고 있다.

 - 학교폭력퇴치위원회를 만든 동기는.

 “지난달 20일 대구의 중학생 권모(13)군 자살 사건 이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은 대학생인 나의 외아들도 중학교 때 권군처럼 착했다. 마치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난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 학교폭력 다루기가 쉽지 않을 텐데.

 “피해 학생이 편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의 아이일 경우 보호해 줄 사람이 마땅찮다. 이들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인이 힘을 모아 이런 학생에게 일시적으로 거처를 마련하는 등 보호에 나설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당국과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는 것이다.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으면 뭐하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피해 학생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 신고는 들어오나.

 “아직은 없다. 초기여서 격려 전화나 자원봉사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학교나 경찰 등 당국을 믿지 못하는 학생들이 전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 이사장은 “학부모의 심정으로 교육당국을 감시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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