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 실력보다 외모로 각광, 제 얘기 같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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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속 요정 이미지가 강했던 고아라가 배우로 돌아왔다. “사진촬영도 연기의 연속”이라며 감정을 끌어올린 뒤 강렬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03년 방영됐던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 긴 생머리에 작은 얼굴, 갈색 빛이 도는 큰 눈을 가진 주인공 옥림이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청순함으로 뭇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당시 열셋의 옥림이가 배우 고아라(22)로 성장했다.

 고아라의 출발은 화려했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가 소속된 거대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첫 연기자라는 점도 작용했다. 드라마 ‘눈꽃’(2006), ‘누구세요?’(2008) 등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넓고 탄탄한 길을 걷는 듯했다. 그런 그에게 성장통이 찾아왔다. 2009년 같은 소속사의 유노윤호(동방신기)와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 ‘맨땅에 헤딩’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광고에서만 빛나는 반짝스타’라는 악플이 쏟아졌다.

 2년여 공백 끝에 고아라가 ‘연기자’로 돌아왔다. ‘페이스메이커’(18일 개봉), ‘파파’(2월2일 개봉)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다. 충무로에선 ‘왜 그 동안 고아라를 잊고 있었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20대 여배우가 부족한 영화계에 활력이 됐다는 평가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를 보니 연기에 고팠었나 보다.

 “‘맨땅에 헤딩’ 끝나고 정말 힘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나, 아니면 연기력이 부족한가 자책도 했다. 영화에서 제대로 된 연기를 하고 싶었다. 다시 데뷔한다는 각오였다.”

 -‘페이스메이커’에서 실력보다 외모로 각광받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유지원)으로 나온다.

 “지원이가 처한 상황에 내 자신이 많이 오버랩됐다. 나도 연기로 인정받고 싶지만 외모로 각광받고 있지 않나.”

 -배우에게 외모도 재산이다.

 “그래도 광고로 부각된 이미지가 많다 보니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

 -영화에서 지원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무엇을 택할지 혼란에 빠진다. 연예인 고아라는 어떤가.

 “운동은 좋아서 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린 순간 지원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다. 영화 ‘파파’에서 보여준 것처럼 춤과 노래에 자신 있다. 소녀시대 멤버가 될 뻔도 했다. 제의가 왔지만 거절했다.”

 -후회하지는 않나.

 “소녀시대가 세계적 스타가 됐지만 부럽지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파파’에선 6남매의 장녀(준)를 맡았다. 가족해체를 원하는 여동생과 말다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인종이 다른 남매들을 어렵게 끌고 가는 준의 진심이 느껴졌다. 연기라는 사실을 잊고 몰입했다. 나이 많은 미국 촬영감독이 ‘내가 찍은 장면 베스트 3에 든다’고 칭찬했다. 뭔가 연기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무슨 뜻인가. 그래서 ‘쌩얼’을 많이 보여줬나.

 “연기란 꾸며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나를 잊을때 진정성 있는 연기가 나오더라. 화장도 안 했다. ‘페이스메이커’의 유지원이 되려고, 근육을 키우고 체중을 5㎏ 불렸다. ‘파파’에서는 10대 미국 소녀의 유행을 따라 눈썹을 일자로 손질했다. ‘페이스메이커’ 촬영 때 아킬레스건을 다쳐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지만 값진 훈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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