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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나'를 깨닫기 위한 침묵 속 수행

중앙일보

입력

고규홍 Books 편집장

- 〈진아지의 길〉(아서 오즈번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펴냄)은 힌두교 이야기야?
▶ 하지만 힌두교를 종교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생각은 아니고, 인도철학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는 생각을 한 것같아. 우리나라에 힌두교도가 얼마나 된다고 힌두교라는 종교 서적을 서점에 내놓겠어? 힌두교는 우리로서는 사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종교거든. 그 가장 기본적인 언어에 있어서조차 많은 장벽이 있는 종교야.

- 그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라마나 마하르쉬라는 사람은 힌두교의 성자인 모양이지?
▶ 이 책을 보니 그렇네. 바가반 슈리 라마나 마하르쉬는 1879년에 인도 띠루쭐리 지방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17살이 되던 1896년 '진아(眞我)'의 깨달음을 얻은 뒤, 평생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의 대답인 '진아(眞我)'의 탐구법을 가르친 것으로 유명한 힌두교의 성자로 추앙받으신 분이라고 하네.

- 인도의 부통령인 라다끄리슈난 박사가 이 책의 서문을 썼네.
▶ 이 서문을 쓸 당시에 부통령이었지. 나중에 라다끄리슈난 박사는 인도 델리대 총장과 인도 대통령을 지내신 인도의 저명한 인도철학자야. 물론 책 한 권을 내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발문을 써주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아. 정말 마하르쉬의 전기로서는 괜찮은 저작물인 것같아. 무엇보다 그냥 한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거든. 힌두교도이거나 인도철학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지. 라다끄리슈난은 이 서문에서 "본질적으로 영적이면서도 합리적이거나 윤리적이지 않은 것도 아닌 인도 경전들에 기초한, 한 종교의 개요를 우리에게 제시한다"고 했어. 마하르쉬의 삶은 그 자체가 인도 종교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거야. 그러다 보니, 라다끄리슈난이 이런 호평을 하게 된 것이지 싶어.

- 저자인 아서 오즈본(1906-1970)은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뒤 이 학교의 교수였던 사람이네. 그 사람이 어떻게 힌두교 관련 서적을 쓰게 됐는지 참 특이하네.
▶ 그는 대학교수 시절 이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영국을 떠나 폴란드와 태국에서 몇년씩 살면서 나름대로의 수행을 했다고 하거든.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일본군에 잡혀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약 4년 동안 억류된 적도 있었대. 전쟁이 끝나고 인도에 오게 되는데, 이때 마하르쉬와 한 동안 함께 살게 되면서 그의 삶에 감화받았다는 거야.

- 마하르쉬는 어떤 분인데?
▶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남인도라는 한 지방에 국한되지 않은 전 인류의 스승"이라고 하지. 이 책을 한글로 옮긴 대성스님도 역자 후기에 그렇게 쓰셨어. 이 책의 저자인 오즈번은 마하르쉬는 "방문객이나 헌신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사람들을 영적으로 인도하는 데 있어서 놀라운 지혜를 발휘하는, 살아있는 신 혹은 참스승"이라고까지 이야기하지.

- 마하르쉬가 최초로 힌두교의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은 어떤 계기였지?
▶ 열일곱 살 때였대. 갑자기 찾아온 격렬한 죽음의 공포를 맞이하게 돼. 이때 마하르쉬는 '몸이 죽음으로써 나도 죽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이 질문에 대해 '몸은 죽지만 그것을 초월해 있는 영(靈)은 죽음에 의해 영향받을 수 없다 그것은 내가 불사(不死)의 영(靈)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그 순간 이후로 '나' 즉 진아(眞我)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시작된 거야. 이 책의 28쪽에 보면 마하르쉬는 "사람이 자신의 진아, 즉 사람의 참된 성품(real nature)을 개닫게 되면 그는 불멸의 의식을 성취할 것이고 진정으로 지혜로워질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이 상태를 열반(涅槃, Nirvana), 혹은 천국이라고 하고, 힌두교에서는 해탈(解脫, liberation)이라고 하는 거야.

- 그럼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뭐 그런 것을 뜻하는 건가?
▶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이야 대부분의 종교가 지향하는 지점 아니야? 단지 마하르쉬의 깨달음이 별다른 것은 그 해방의 방식인 거지. 이를테면 어느 종교에서는 신을 철저히 믿음으로써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마하르쉬는 참된 자기를 깨닫는 것이 바로 불멸에 드는 것이고 해탈에 드는 것이라는 이야기잖아. 많이 다른 거지. 마하르쉬는 열 일곱 살에 깨달음을 얻은 뒤, 참된 나에 대한 탐구를 계속 수행하는데, 이때 마하르쉬는 호흡수련을 하나의 보조수단으로 삼아. 호흡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마하르쉬의 삶은 완전히 달라져. 본격적인 수행의 길로 나서게 된 셈이지.

마하르쉬는 많이 변했지만, 그는 자신의 변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조차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어. 그리고 마하르쉬는 아루나찰라로 본격 수행을 위해 떠나게 돼. 이른바 출가를 결행하는 거지.

마하르쉬의 출가와 수행의 모든 과정은 진아에 몰입, 해탈에 이르는 길이겠지. 그는 이 책의 67쪽에서 무상삼매와 본연삼매를 이야기해. 무상삼매(無相三昧)는 진아에 완전히 몰입하면서 현상 세계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상태를 말하고, 완전하고 최종적인 상태는 본연삼매(本然三昧)라는 상태야. 그 상태는 마음과 육체의 차원을 초월하는, 끊어짐 없는 순수의식이며, 완전한 평형과 조화의 상태라는 거야.

참 어렵지? 종교 이야기가 쉽게 읽힐 수는 없을 거야. 게다가 인도철학이라면 더더군다나 어렵게 느껴져.

- 신비로움을 가진 종교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같아. 그래서 들뢰르와 같은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선불교와 같은 종교에 관심을 쏟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
▶ 들뢰르야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서양에서 선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들 하잖아. 서양의 합리주의로 해석해내던 현상 세계에 대해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겠지. 겉으로 드러낸 것들의 법칙과 원리를 설명하려는 서양 철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는 거지.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과의 관계 등에 몰입하는 동양 철학은 그래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움직임이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 이 책은 나같이 힌두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읽을 만 한 거야?
▶ 쉽지는 않아. 물론 힌두 철학의 중심 사상을 몸으로 실현한 한 성자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하려고 애쓴 노고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술 잘 읽히는 것은 아니야. 힌두교에서 쓰는 갖가지 개념들부터 이해가 어려운 게 많거든. 그러니까 이 책을 통째로 다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가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힌두교의 분위기를 알아보겠다는 정도의 소박한 욕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

- 하긴 힌두교에 관한 책이 워낙 없으니까.
▶ 이 책들을 펴낸 출판사는 '탐구사'라고 돼 있는데, 집중기획이라는 이름으로 힌두 철학 관련 서적을 계속 낼 계획이라고 해. 최근에 나온〈추억의 마하르쉬〉(발라라마 레디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펴냄)도 그 중의 하나인데, 그건 1930년대에 마하르쉬를 찾아가 제자가 된 발라라마 레디라는 분이 마하르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마하르쉬의 구술을 통해 적어낸 책이야. 마하르쉬와 힌두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 '아루나찰라 본서' 혹은 '아루나찰라 신서' 라는 시리즈로 내는 거란 이야기지? 그런데 아루나찰라는 도대체 무슨 말이야?
▶ 아루나찰라는 '위대한 산, 혹은 오를 수 없는 산'이라는 뜻을 가진 인도 띠루반나말라이 지역의 유명한 성지 이름이야. 인도 전역의 성지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신성한 곳 중의 하나라고 해. 마하르쉬는 "이 산이 지구의 심장이며, 세계의 영적인 중심"이라고 할 정도야. 가 보고 싶지 않아? 이 시리즈는 이 성지 이름을 앞에 내세워 인도의 주요 철학들을 살펴보겠다는 뜻이 있었던 것같아.

- 날이 갈수록 정신의 가치를 물질의 가치가 압도하는 시절에 이런 책들을 읽는 일은 좋은 경험이 되겠지.
▶ 흐.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겠지. '시간 낭비'라고 탓하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 뭐.

▶이 글에서 이야기한 마하르쉬와 관련된 책들
* 라마나 마하르쉬와 진아지의 길(아서 오즈번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펴냄)
* 추억의 마하르쉬(발라라마 레디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펴냄)
* 마하르쉬의 복음(슈리 라마나스라맘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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