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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성악가들 '월드컵 합창'

중앙일보

입력

출연 성악가들이 모두 나와 일본 민요 '후루사토'(고향)에 이어 홍난파의 '고향의 봄'을 함께 불렀다.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관객들도 가세해 노래 소리가 점점 커졌다. 태극기와 일장기를 함께 흔들며 감격에 겨워하는 재일동포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3일 오후 요코하마(橫濱) 미나토 미라이호(2천20석)에서 열린 한·일 합동 갈라콘서트〈노래의 날개 위에 새천년을〉의 피날레 장면이었다.

요코하마 문화진흥재단과 가나가와(神奈川) 예술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한 이번 공연은 2002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요코하마에서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것.

한국과 일본의 성악가 7명과 함께 야마시타 가즈후미(山下一史)가 지휘하는 가나가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아 이번 공연을 위해 결성된 2백명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무대에 섰다.

합창단은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재일동포와 일본인들로 각자 1만엔(약10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3개월전부터 연습해왔다.

이주희의 북춤으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한국 민요를 바탕으로한 가곡에 이어 문재숙(이화여대 교수)씨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로 한국 전통음악을 선보였다.

제2부 '오페라의 빛나는 보석상자'에서는 아리아와 중창 합창과 관현악이 한데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선사했다.

베르디의 '개선행진곡', 요한 슈트라우스의 '샴페인의 노래' 등으로 축제적 성격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예술적 깊이와 다양성을 잃지 않는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바리톤 고성현과 테너 나리타 가즈미(成田勝美)가 부른 푸치니의〈라보엠〉중 '오 미미, 너는 이제 돌아오지 않고', 소프라노 신지화·미나와 미도리·나가이 가즈코가 부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장미의 기사〉중 3중창, 테너 이현과 소프라노 사사키 노리코가 부른 비제의〈카르멘〉중 돈호세와 미카엘라의 2중창…

유명 아리아 위주로만 흐르기 쉬운 갈라콘서트에 예술적 깊이를 더해준 선곡이었다.

한국인 성악가 3명의, 일본무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일 성악교류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지난 1997년부터 오페라와 리사이틀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도쿄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온 팬들이 사인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독창 순서에서〈라 트라비아타〉〈세빌랴의 이발사〉〈아들의 여인〉의 아리아를 불러 일본인 성악가보다 발성과 호흡, 음악성에서 한수 위임을 입증해 보였다.

요코하마시(市)측은 이번 공연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한국의 도시와 교화공연으로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마땅한 파트너가 없어 우선 단독 공연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철저한 기획과 치밀한 준비과정,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정신이 좋은 무대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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