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축구] 경일대축구팀,우승만큼 값진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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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창단한지 12년만에 처음 결승에 올라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을 일궈낸 경일대 홍석민감독(40)은 허탈해 하는 선수들을 위로했다.

비록 성균관대에 2-3으로 분패했지만 전국규모의 축구대회에서 단 한번도 4강에들지 못한 지방의 무명팀 경일대가 이번 대회에서 일으킨 돌풍은 코칭스태프와 선수,선수와 선수간의 믿음이 일궈낸 작품이었다.

11년간 3류팀의 굴레를 벗어나 본적이 없었기에 대학을 졸업하면 프로팀 입단은 커녕 생계부터 걱정해야하는 것이 경일대선수들의 현실.

선수들은 짙은 패배의식에 빠졌고 자신과 동료들을 믿지 못한 채 스스로의 잠재력을 갉아 먹으며 근근이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더구나 지난해부터는 대학팀의 선수스카웃이 규제를 받게 되면서 선수수급마저 힘들어졌고 골키퍼가 없어 올해 2월부터 수비수이던 4학년 기우성을 골키퍼로 돌려야 했던 것이 무명팀 경일대의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홍감독은 부임이후 우선 선수들에게 내일 당장 선수생활을 마치더라도 지금 최선을 다한다면 축구가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선수들을 다그쳤고 학교앞 장군산에서 매일 혹독한 산악훈련을 시키는 등 `지옥훈련'으로 선수에게 딴 생각에 빠질 여유를 뺏았다.

처음으로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선수들은 모래알 같던 팀을 막강팀웍을 자랑하는 팀으로 바꿔 놓았고 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특기를 팀플레이에 용해시켜 나간 것이 작은 파란의 원동력이 됐다.

처녀 출전한 지난해 3월 대통령기에서는 예선탈락했고 올해도 추계대회 이전까지 8강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지만 선수들은 명문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전력을 갖춰나갔고 결국에는 첫 열매를 맺은 것.

홍감독은 "다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지친 선수들을 격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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