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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돈줄’도 신용 강등 … 융커 “무디스·피치는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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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바겐 세일 해도 썰렁한 그리스 그리스 아테네의 주요 상가가 16일부터 겨울 정기 세일을 시작했다. 세일을 해도 고객이 전혀 없는 한 의류 판매점 옆에서 두 사람이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고 있다. [아테네 로이터=뉴시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7일 새벽(한국시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신용등급을 낮췄다. 트리플A(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이었다. 지난주 말 프랑스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에서 한 단계 낮춘 후속조치로 풀이됐다.

 S&P는 “EFSF의 핵심 보증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유로존 9개 나라 등급이 떨어져 EFSF 신뢰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이미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융커 의장

 EFSF는 상설 구제금융 펀드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이 올 7월 만들어질 때까지 유로존 위기의 방파제로 구실해야 한다. 이탈리아·스페인의 국채 매입과 유럽 시중은행 자본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EFSF에 트리플A 등급은 필수적이다. 높은 금리로 빌린 돈을 위기국에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줘선 도움이 안 돼서다. 그래서 EFSF는 최고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빌린 돈 27%를 준비금으로 쌓았다. 한 푼이라도 더 빌려줘야 할 판에 무시할 없는 규모다.

 S&P 강등으로 경보가 울렸다. 신용등급 유지를 위한 준비금이 증가하면 결국 이탈리아·스페인 등을 돕는 데 쓸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독일 등 최고 등급을 유지하는 나라들이 더 많이 EFSF를 보증해야 할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독일 등 내부 반발이 만만찮아서다.

 문제는 시장의 판단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S&P 강등을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자금을 어딘가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믿고 살 만한 국채급 채권이 많지 않다. 미국·일본 국채가 신용 강등에도 요즘 인기인 이유다. EFSF가 실제 미국·일본처럼 될지는 이번 주 안으로 판명난다. EFSF는 이번 주 안으로 6개월 만기 채권 16억 유로를 발행할 예정이다.

 시장이 S&P 강등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이날 유럽 리더들이 총출동하다시피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FSF가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해야 한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는 “EFSF 보증국들이 모여 (무디스·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회사들이 등급을 낮추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방안을 서둘러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FSF 총재인 클라우스 레글링은 아예 S&P 강등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단지 한 곳의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낮췄다고 해서 4440억 유로(약 682조원)에 달하는 EFSF의 대출여력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7월 ESM이 가동될 때까지 EFSF는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EFSF의 신용강등 소식에 무덤덤했다. 오히려 프랑스가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화답하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3.47포인트(1.80%) 오른 1892.74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89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외국인은 39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거래일 기준 6일 연속 사자 행진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전날보다 9.20원 오른 1145.5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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