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섭섭치’ 않은 대우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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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이맘때는 각 구단 인기 선수들의 이적과 연봉 협상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선수와 구단 사이에서는 연봉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구단은 선수에게 섭섭지 않게 대우를 해줬다고 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넉넉지 않다고 불만인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이처럼 ‘섭섭지’ ‘넉넉지’ 등의 단어가 나올 때 ‘섭섭지/섭섭치’ ‘넉넉지/넉넉치’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할지 헷갈린다.

 ‘~하다’로 끝나는 용언(동사·형용사)의 경우 준말로 쓰일 때 어간의 끝음절 ‘하’에서 ‘ㅏ’만 줄어들고 ‘ㅎ’은 뒤에 오는 음절의 첫소리와 합쳐져 ‘ㅊ, ㅋ, ㅌ, ㅍ’과 같은 거센소리가 된다. 그러므로 ‘간단하지’의 경우 ‘ㅎ’과 ‘지’가 만나 ‘간단치’가 된다.

 ‘단언하건대’ ‘분발하도록’ ‘당하지’도 ‘~하다’ 앞에 ‘ㄴ’ ‘ㄹ’ ‘ㅇ’이 오기 때문에 ‘ㅎ’이 줄어들지 않고 뒤에 오는 첫소리와 결합한 형태를 띤다. 따라서 ‘단언컨대’ ‘분발토록’ ‘당치’가 된다.

 그러나 ‘섭섭하지’의 경우는 다르다. ‘섭섭치’가 아니라 ‘섭섭지’가 된다. ‘~하다’ 앞에 유성자음(ㄴ, ㄹ, ㅁ, ㅇ)을 제외한 무성자음(ㄱ, ㄷ, ㅂ, ㅅ, ㅈ, ㅊ, ㅋ, ㅌ, ㅍ, ㅎ)이 올 때는 ‘하’가 완전히 준 형태를 쓰기 때문이다.

 ‘넉넉하지’ ‘짐작하건대’ ‘깨끗하지’ 역시 ‘~하다’ 앞에 ‘ㅂ’ ‘ㄱ’ ‘ㅅ’이 오기 때문에 ‘하’가 사라진 형태를 띤다. 즉 ‘넉넉지’ ‘짐작건대’ ‘깨끗지’가 된다.

 일반적으로 ‘ㅂ’ ‘ㄱ’ ‘ㅅ’ 받침이 자주 나오면서 헷갈리기 때문에 이 경우 거센소리가 아닌 ‘지’ ‘건대’ 등으로 적는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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