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들 대기업 반감 고조

중앙일보

입력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정작 호황의 최대 주역인 대기업에 대한 미 국민들의 반감은 거세지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와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폴이 최근 성인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는 "대기업들이 고객보다 수익을 우선시한다" 고 답했고, 72%는 "기업들이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고 불평했다.

이같은 반감은 ▶최근 잇따르는 리콜사태와 관련한 결함 은폐 의혹 ▶환경오염 유발 ▶의류.완구업체들의 후진국 노동력 착취 ▶유전자 변형식품 유해 논란 ▶정치적 영향력 행사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근로자 간의 연봉 격차 ▶의료보험회사(HMO)및 항공사들의 부실한 서비스 등 기업들의 비윤리적 행태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는 CEO 연봉은 노동자들의 반(反)기업 정서에 불을 지폈다.

최근 10년간 CEO 연봉은 5백35%가 올랐으나 노동자 임금은 생산성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32.3%가 오르는 데 그치자 경제 성장의 과실을 일부 층이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게 된 것이다.

반(反)대기업 정서는 속속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남부 세인트 루이스 지역의 주민들은 대형 매장을 지으려는 K마트가 소상인의 권익을 침해하고 생활 환경을 망친다며 탄원서를 돌리고 청문회를 개최했다.

학부모들은 학교내 채널에까지 광고를 하는 코카콜라.펩시콜라 등에 대항하는 학부모 연대를 조직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앨 고어는 이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최근 전당대회에서 "미국인들은 이제 대형 담배.석유.제약회사와 HMO에 '노(No)'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 역설했다.

미 정부도 기업 인수.합병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한다거나, 연착.파업 등으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항공사에 벌칙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비윤리적 기업 행태가 속속 드러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만7백여명이 피해를 본 지난 7월의 우유 식중독 사건이 제조업체인 유키지루시(雪印)의 위생 소홀이 원인이었으며, 미쓰비시 자동차가 1977년부터 리콜 파문을 우려, 제품상 결함 신고 서류를 은폐해 왔다는 등의 보도에 소비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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