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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입시 준비생에게

중앙일보

입력

누군가 자신에게 삶의 이정표를 물으면 선뜻대답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요즘 아이들. 가장 꿈 많고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야 할 때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학교생활은 그들에겐 악몽과 같다. 국제중의 설립목적은 이런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진로를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아름다운 학교’가 되는 것이 목표다.

 국제중에서 ‘아름다운 학생’이 되려면 입학생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빠름’보다는 ‘느림’을 추구해야 한다. 선행학습을 앞세워 지식을 무턱대고 암기할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학문을 연구하고 발견하는 기쁨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학문을 즐길 줄 아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올해 대원국제중을 졸업하는 학생 중 7명이 영재고에 합격했고, 6명은 과학고에 진학한다. 그들의 수학·과학 실력은 고교생 수준이상이었다. 하지만 3년 전 국제중에 들어와 치른 첫 수학·과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함수 부분의 계산문제를 풀라고 하면 상당수 학생들이 정답을 척척 구했다. 하지만 ‘함수의 정의’를 묻는 기본적인 서술형 문항에선 답을 제대로 쓴 학생을 찾기 어려웠다. 국제중의 내신 시험문제는 대부분 개념이나 정의를 정확히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수능형’ 문항을 출제한다. 사교육으로만 훈련 받아 문제 풀이에만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국어나 영어 등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글의 주제를 뽑아내는 문제는 학생들 대부분이 정답을 맞췄다. 하지만 추리능력을 평가하거나 문맥의 흐름에 따라 함축적 의미를 유추해내는 문제는 제대로 풀지 못했다.

 지난 3년간 국제중 입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내신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기본 교과수업에 열중하고,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시간을 통해 그 날 배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끊임없이 교과의 기본개념을 연구했고, 시험을 치른 뒤엔 자신의 취약점을 분석한 뒤 학습방향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3년 동안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은 이번 고교입시에서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부산물도 함께 얻었다.

 국제중에 들어온다고 해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착각이다. 입학 뒤에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냐에 따라 3년 뒤의 모습은 전혀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큰 이상을 꿈꿀 수 있어야 성공에 다가서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책을 읽은 뒤엔 영어로 독후감을 써보고 그 감동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책의 주제를 파악해 스스로 영문 에세이를 작성해보는, 다른 학생들과의 격렬한 토론을 통해 통합적인 사고력을 키워가는 그런 학생들, 그들이 바로 국제중에서 어려운 학업을 수행할 수 있는 바탕을 갖춘 인재다. 공부를 ‘왜’ 하는지를 깨닫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천할 줄 하는 학생만이 치열한 국제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한양욱 대원국제중 교육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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