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이런 예방책은 어떤가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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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호 31면

“치고받고 싸우던 아이들을 함께 부른 뒤, 차분히 상대방 말을 듣게 했지요. 감정을 섞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그 다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원하는 바를 말하도록 했어요. 분노에 이글거리던 아이들이 얼마 안 가 감정을 풀고 화해하더군요. 신기할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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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의 한 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 박숙영 교사의 경험담이다. 이 같은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NVC)’가 학생들 갈등 해결에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박 교사는 말한다. 2009년 개인적으로 NVC를 배워 학생들 지도에 활용하고 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2010년 경기도의 ‘새로운 교사연수 프로그램(NTTP)’ 수혜자로 연구년을 받자 NVC를 더 연구하고, 교육 현장과 접목한 세부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책도 낼 예정이라고 한다.

박 교사를 비롯한 몇몇 교사와 학교들이 주목하는 비폭력 대화는 ‘공감 대화’라고도 불린다. 1960년대 미국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가 고안했는데,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현장에서 아주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지부(한국 NVC센터)가 처음 문을 연 것은 2006년, 이곳에서 학교 교사나 일반 기업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상담사업을 한다. 박 교사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줄이거나 막기 위한 교육적 대책으로서 NVC를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만연된 학교폭력에 대해 정치권이나 교육 당국에서 뒤늦게 이런저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내용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박 교사는 지적한다. 대책의 상당 부분이 강력한 처벌·단호한 대응에 치우친 느낌이 들어서다. 가해학생에 대해 부모 동의 없는 강제전학이 추진되고, 경찰이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며, 일부에서는 형사처벌 연령을 12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화보다 지나치게 처벌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불만이다.

“처벌과 신고는 일단 ‘폭력’이 발생한 뒤의 일이에요. 해결책이라는 게 가해자를 빨리 찾아내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교육과 거리가 멀지요. 또 재발하지 않는다고 속단하기도 어렵고요.”

이런 점에서 ‘모험놀이 기반의 상담(Adventure Based Counseling·ABC)’도 주목할 만하다. 간단하고 몰입도 높은 역할놀이를 통해 학생들 사이의 공감대를 넓혀주는 체험교육법이다. 3~4명씩 소그룹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따돌림당하는 심정을 느껴보거나,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가운데 한 명이 몸을 던지면 받아주며 서로 신뢰감을 깨닫는 식이다. 어려운 개념 설명 없이 흥미로운 게임방식이라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들에게 효과가 좋다고 한다. NVC나 AVC는 국내외에서 이미 효용성을 검증받은 교육법이다.

이것 말고도 현장의 교사들이 개인이나 소그룹 차원에서 활용하는 교습법은 꽤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들을 몇몇 교사의 열의에만 맡겨 둘 일이 아니다. 교육당국이 적극 발굴하고 보급해 현장의 교육자료로 활용하면 학생들 인성교육과 폭력 예방에 꽤 도움이 될 것이다. 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순서만 바꿔서 발표하는 처벌 위주의 예방책보다 훨씬 교육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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