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달러' 풀리며 원화 초강세

중앙일보

입력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1997년말 외환위기 발생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원화가치로 보면 환란(換亂)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달러당 1천1백14.10원이던 환율은 1일 1천1백5. 70원으로 1주일새 9원 가량 급락했다. 이날 환율은 97년 11월 24일(1천85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 3월 이래 1천1백10~1천1백20원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최근 급락세를 보이자 재정경제부 등 외환당국은 "급격한 원화강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국은 기업.은행 등을 통한 창구지도에는 나서지 않아 당분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환율 급락때면 으레 있었던 외환당국의 개입이 눈에 띄지 않았다" 며 "당국도 당분간 원화강세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 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환딜러는 "현재의 수급요인만으로 보면 추석 전에 1천1백원선이 깨질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해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온 데다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로 수출대금이 밀려들어와 달러 약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추석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달러를 내다판 것도 달러하락을 부채질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강세는 순전히 시장의 수급요인 때문" 이라고 말해 시장개입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이틀간 급등락을 거듭했던 금리는 이날 보합세를 보였다. 3년 만기 국고채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른 연 7.80%, 3년 만기 회사채는 전날과 같은 8.98%로 마감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