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300만원, 안병용 2000만원 한 주머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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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박희태 2008년 7월 3일 박희태 한나라당 신임대표(현 국회의장)가 서울 잠실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공성진 당시 후보. [연합뉴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투 트랙이다. 하나는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에게 전달된 ‘노란 봉투 속 300만원’의 출처를 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구(區)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나눠 주라고 돈 심부름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것이다.

 두 돈의 성격은 다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2일 “전당대회 하루 이틀 전에 고 의원에게 갔다는 300만원은 대의원 교통비·식비 등 말 그대로 실비(實費) 지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씨의 2000만원은 서울 지역 당원협의회 사무국장들에게 뿌리는 용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격려금’ 성격이란 것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양쪽 모두 박희태 후보의 선거운동에 쓰였다는 것이다.

 1만원권 100장 단위로 돈이 묶여 있고, 노란색 봉투에 들어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안 위원장에게 봉투를 반납한 구의원들은 돈이 노란색 봉투에 담겨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 의원도 지난 9일 기자회견 때 안 위원장 사건을 거론하며 “같은 노란색 봉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 의원의 짐작대로라면 성격이 다른 두 돈은 같은 ‘금고’에서 나온 돈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돈봉투에 담긴 300만원의 출처와 관련해선 ▶이명박계 중진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 갹출설 ▶대선 잔금설 ▶통치자금설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았다. 만약 ‘300만원’과 ‘2000만원’의 ‘저수지’가 같다면 대선 잔금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 당내에서 나온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계 선거자금은 극히 일부만 접근했다고 한다. 대선이 끝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가 치러진 만큼 대선 잔금이 박희태 캠프에서 일사불란하게 지원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두 돈이 서로 다른 금고에서 집행된 것이라면 이명박계 중진들의 ‘십시일반설’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당시 박희태 캠프가 이명박계 연합군 성격이었던 만큼 이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안 위원장이 캠프 조직과는 별도의 개인 스폰서로부터 지원받은 돈일 수도 있다.

 돈의 출처가 어디든 고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전대 당시 박희태 캠프는 현역 의원들에서부터 일선 당협 간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루트를 통해 돈봉투를 돌렸던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전대 열흘 전께 은평갑 지역의 한나라당 구의원들을 여의도 캠프 사무실로 불러 서울 지역 당협 30곳을 지정해 주며 “이른 시일 내에 해당 당협의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이 서울 지역 48곳의 당협 중 어떤 기준으로 30곳을 정했다는 것은 박 후보 지지 성향의 당협을 골랐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고 의원실에 돈을 전달했다는 ‘뿔테 안경의 남성’도 쇼핑백에 노란색 봉투가 가득했다는 의원실 여직원의 진술로 볼 때 미리 선정된 의원 리스트에 따라 일괄 배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검찰에 소환된 사건 관련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나라 전대 뭉칫돈 출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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