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올랑드 추격 속도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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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랑스 사회당이 프랑수아 올랑드를 대선 후보로 지명했던 지난해 10월에만 해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4월 22일 치러지는 1차 대선 투표를 100일 앞두고 그 폭이 크게 좁혀지자 사르코지는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재선 도전 공식 발표마저 늦출 정도로 위축됐던 사르코지는 기사회생을 넘어 대역전극을 노린다. 유럽 경제위기 해결사로서의 이미지와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각종 개혁정책을 잇따라 내놓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요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가 지난 8일 발표한 결선(5월 6일) 맞대결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는 46%, 올랑드는 54%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조사 때의 43%대 57%에 비하면 격차가 6%포인트나 줄었다. 15명 가까운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 1차 투표 예상 지지율은 올랑드가 28%, 사르코지가 26%로 큰 차이가 없었다. 리베라시옹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양자 대결의 경우 올랑드는 41%, 사르코지는 31%였다. 지난해 10월 18%포인트에서 지금은 10%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중도성향의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뒤를 쫓고 있다.

 그동안 사르코지의 실정과 인기 추락에 힘입어 손쉽게 큰 폭의 리드를 누려온 올랑드는 ‘부자 몸조심’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는데도 올랑드가 확실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자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갖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국정운영과 외교 경험이 적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엔 사르코지 대통령을 “시정잡배”로 부르며 모독한 사태까지 벌어져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당은 결선 투표에서는 사르코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돼 17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반면 수세에서 벗어난 사르코지는 이민통제 정책 강화,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토빈세 신설, 교육제도 개편 등 개혁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올랑드를 압박하고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실정으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트리플A에서 강등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야당이 공격하는 데 대해선 유럽 전체의 경제위기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사르코지는 결선 투표에선 르펜의 극우세력과 바이루의 중도 지지자들이 자신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9.8%로 두 자릿수에 육박하고 있다. 12년래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7%에 달했으며 무역적자도 700억 유로에 달했다. 올해 경제성장 전망 또한 밝지 않다.

 기업의 복지 지출 부담을 덜어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사르코지가 제안한 이른바 ‘사회 VAT(부가가치세)’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세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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