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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들 ‘그리스 디폴트’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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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헤지펀드들이 그리스 2차 채무조정(워크아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헤지펀드들이 원금과 이자 50%를 깎아주길 거부하고 있어서다. 헤지펀드식 ‘알박기’인 셈이다.

 요즘 그리스는 은행·보험회사·사모펀드·헤지펀드 등과 원리금 탕감을 협상하고 있다. 그리스는 빚 가운데 50%는 탕감받고 15%는 현금으로, 35%는 만기 30년짜리 새 채권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 은행 등은 그리스 국가부채 3550억 유로(약 550조원)의 약 23% 수준인 800억 유로어치를 쥐고 있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쥐고 있는 몫은 200억 유로가 채 안 될 것”이라고 금융정보회사인 유레카헤지는 최근 추정했다.

파파데모스 총리(사진 인물)

 헤지펀드들은 “유럽중앙은행(ECB)도 워크아웃에 참여해야 한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ECB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만기까지 보유해 전액 상환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다. 실제 헤지펀드들은 재정위기 이후 헐값에 그리스 채권을 사들였다. 올 3월에 150억 유로어치 정도가 만기다. 그 이전에 탕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해야 한다. 탕감 협상 타결이 구제금융 지급 조건이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12월 “시장 안정 차원에서 사들인 그리스 채권에서 한 푼도 탕감해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ECB가 워크아웃에 참여해야 한다는 헤지펀드의 요구가 관철되기 어려워진 셈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우리는 그리스가 부도내면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계약에 따라 보험회사·투자은행 등에서 원금을 다 받아도 이익”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CDS는 원금 떼일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약 30조 달러(약 3경4500조원) 정도다. 채권-신용파생상품의 거대한 연환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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