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경영난 타개위해 '체질 강화' 착수

중앙일보

입력

미국 최대의 장거리 전화 회사 AT&T가 이윤 감소.주가 하락 등 복합적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곧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구조조정의 골자는 장거리 전화 사업부문의 매각 등 핵심사업의 재편 및 첨단 산업부문 강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AT&T는 최근 코카콜라 등 매출의 50%를 차지했던 기업 고객들이 경쟁사인 스프린트.월드컴으로 거래선을 바꾸면서 이윤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3분기 예상 수익 보고서에서는 주당 수익을 40~43센트에서 35~38센트로 낮춰잡았다. 올해 총매출 증가율 전망치도 7%대에서 5%대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도 AT&T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 52주 최고치였던 3월27일의 60.31달러에 비해 절반 수준인 31달러선에 머무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 AA-인 장기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 이자 부담이 늘고 채권 발행도 어려워져 기업 운영에 ?타격을 입게 된다.

S&P는 "전화 회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기반이 열악해진데다 케이블TV 사업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 라고 신용등급 하향 검토의 이유를 밝혔다.

케이블TV 자회사인 익사이트앳홈은 올 상반기 2억8천만달러의 매출에 13억4천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 통신업계는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이 마음먹고 구조조정 작업을 밀어붙일 경우 AT&T의 경영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년전 회장직을 맡은 암스트롱은 IBM에서의 30년 근무 경험을 살려 AT&T를 미 최대의 케이블TV 업체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케이블TV와 인터넷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여서 AT&T의 전체 매출중 65%를 차지하는 장거리 전화 부문을 매각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AT&T는 장거리 전화 부문을 떼내 주식시장에 별도로 상장(트래킹)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중이다.

트래킹주 발행을 통해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한 뒤 첨단 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AT&T는 지난 4월에도 무선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트래킹주를 발행, 1백억달러를 조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컨설팅 업체인 양키그룹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어데믹은 "AT&T가 장거리 전화 부문을 당장 매각할 경우 수익 원천이 없어져 자금난을 겪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과감하게 사양 산업을 정리하는 것 만이 경영난을 타개할 유일한 방안"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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