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돈봉투 의혹’ … 양심선언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민주통합당 지도부 예비경선 때 모 후보가 영남권에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지역책임자 급수별로 50만원, 100만원, 50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됐다. “주는 걸 거절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당은 구체적 증거나 실명이 확인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 사안은 답보 상태다. 당 진상조사단은 영남 지역위원장 59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으나 돈봉투가 오갔다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오마이뉴스가 인용한 소식통은 ‘지역위원장’인데 당의 지역위원장 조사에서는 그런 증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비슷한 돈봉투 의혹 사건도 민주당의 상황은 다르다. 한나라당은 공개된 폭로에 이어 피의자 압축과 자택수색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검찰수사라는 칼날이 곧 사건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돈을 주었다는 사람도 받았다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만약 전당대회 후에 증거가 드러나 새로운 지도부의 누구라도 관여된 것으로 확인되면 민주당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여기에 사건의 딜레마가 있다. 15일 전당대회를 여는 민주당은 지도부 선출을 코앞에 두고 있다. 60여만 명이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는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당은 ‘오마이뉴스’에 소식통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사의 원칙으로 보면 오마이뉴스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양심선언이다. 진정으로 당과 한국 정치를 걱정하는 당원이라면 자신이 경험한 돈봉투 사례를 폭로하는 게 필요하다. 언론에 제보한 지역위원장이라면 국민 앞에 폭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자금살포가 필요 없게 되는 정당정치 구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당의 돈봉투는 195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형적인 구태다. 이제는 잘라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