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수록 단맛 쓴 소주와 찰떡궁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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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호 31면

음식을 먹을 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입안에서 느끼는 식감(食感)이다. 먹는 순간 식감이 익숙하지 않으면 바로 거부반응이 일어나 맛을 느낄 겨를도 없다. 해삼이 바로 식감 때문에 억울한 대접을 받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마크로밀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해삼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입안에 넣을 때 미끈미끈하고 흐물흐물한 느낌이 싫다는 것이 주 이유다. 젊은층일수록 거부감이 더 심했다. 나도 같은 이유로 어렸을 적에는 해삼을 먹지 않았다.

나와 해삼:마크로밀 코리아 주영욱 대표

해삼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대학교에 들어와 술맛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쌉싸릅한 바다의 향기가 물씬 풍기면서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해삼은 소주의 쓴맛과 기막히게 잘 어울렸다.

해삼(海蔘)이란 말 그대로 바다에서 나오는 인삼이라는 뜻이다. 인감같이 몸에 좋다는 의미에서 옛날 선조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해삼에서 사포닌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포닌은 바로 인삼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항암작용을 한다. 선조들이 어떻게 알고 해삼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이 밖에도 해삼은 2005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여덟 가지 웰빙 보양 수산물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보양 강장식품이다.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성장 촉진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 선정 이유다.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처음 식감이 좀 이상하다고 푸대접하는 것은 복을 걷어차는 일이다.

해삼은 수온이 차가워지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단다. 느긋한 겨울 휴일 오후, 쌉쌀한 해삼회 한 접시와 마주 앉았다. 초장을 찍어 한 점을 입에 넣으니 겨울 바다가 입안에 가득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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