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의 전쟁’ 전략, 금융위기 때부터 수정론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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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냉전 체제가 와해된 1990년부터 미국은 ‘2개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군사력 유지를 안보 전략의 기둥으로 삼았다. 큰 틀은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미국이 동시에 2개의 전쟁에 대응해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주로 상정한 2개 지역은 한반도와 걸프만이다. 흔히 ‘윈 홀드 윈(win-hold-win)’으로 불렸다. 2개 핵심 지역에서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1개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다른 전쟁을 이길 만한 역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일극체제가 보다 명확해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선 아예 ‘윈-윈’ 전략으로 바뀌었다. 2개 전쟁을 수행한다 해도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동시 전쟁은 그 극명한 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위기를 전후해 미국의 경제력이 흔들리자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에 몸집을 줄이는 워크아웃에 나선 배경이다. 5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새 국방전략을 천명함에 따라 2개의 전쟁 개념은 일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미군의 축소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10~20년 안에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은 등장할 것 같지 않다. 영국의 뒤를 이어 20세기 중반 확고한 패권국으로 부상한 뒤 줄곧 쌓아온 전쟁 경험, 여전히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군사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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