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대형 기업 진입 억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대형 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을 억제하려는 정부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스닥위원회와 일부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코스닥시장의 주식물량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대형사 등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거래소는 대기업, 코스닥은 중소벤처 중심으로 시장을 특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나오자 마자 ''진입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 는 반대목소리에 부닥치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이영탁 회장은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급불균형을 해소했다고 해서 코스닥시장이 살아날 지는 의문" 이라고 전제, "대형사 진입억제는 적절치 않다" 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의 질을 높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며 "좋은 기업이 많으면 그만큼 수요는 늘어난다" 고 지적했다.

대형사를 제한해 공급물량을 줄인다는 논리보다 질좋은 기업이 많이 들어오도록 하고 대신 형편없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쪽으로 정책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E미래에셋의 최홍 이사는 대형사 제한을 미봉책으로 간주했다.

그는 "일시적 수급불균형 해소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나 단순 처방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심지어 정부 안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힘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형사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밝혔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 역시 "지난 봄 침체된 거래소를 살리기 위해 우량 벤처기업을 유치토록 했는데, 이번에 또 코스닥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사를 제한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이 없게 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은 "과거 물량 확보를 위해 대형사를 코스닥에 끌어들인 것은 사실" 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중소벤처 위주로 나가야 한다" 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대기업은 거래소, 벤처는 코스닥'' 으로 시장특화가 절실한 시점" 이라고 주장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온기선 이사는 "대형사를 제한하면 코스닥 진입을 추진 중인 LG텔레콤 등이 타격을 받을 것" 이라 전제하고 "그러나 대기업의 물량부담으로 벤처기업의 성장환경이 저해된 것은 사실이므로 시장특화가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대유리젠트증권의 김경신 이사는 "거래소로 가야 했을 대형 기업이 코스닥에 들어와 부담이 됐다" 면서 "지금처럼 시장이 어려울 때는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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