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페로몬 유발 유전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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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에게 섹스, 방위, 혈연을 나타내는 행동 등 원초적인 충동을 유발하는 냄새없는 분자인 페로몬과 연관된 최초의 인간 유전자가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포유동물의 경우 페로몬이 어떤 방법으로 복잡한 신경통로를 따라 본능과 깊히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하는지를 알아냈다.

이들은 인간도 페로몬을 통해 서로 교감하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믿어왔으나 아직까지 인간 페로몬을 탐지해낼만한 어떤 수단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록펠러대학의 신경유전학자 이반 로드리게스 박사는 사상처음으로 인간 페로몬과 관련된 유전자 V1RL1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고 ''자연유전학'' 9월호에 발표했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이 유전자가 코의 점막에 있는 페로몬 수용체를 관장하는 것으로 믿어진다고 말했다. 수용체란 특정분자와만 결합하는 세포표면의 한 부분으로 특수열쇠로만 열리는 자물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V1RL1유전자는 쥐나 다른 포유동물에게도 있으며 이들은 페로몬에 생존을 크게 의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 유전자가 인간에게서도 활동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이 유전자가 일으키는 페로몬관련 행동은 어떤 것인지는 알수 없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인간유전자은행의 샘플들중에서 쥐의 V1R유전자 계열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를 조사한 끝에 인간의 V1R유전자 8개를 찾아냈다. 그러나 이중 7개는 활동하지않는 유전자이고 나머지 V1RL1유전자만이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서로 다른 인종들가운데서 무작위로 선발된 11명을 대상으로 이 문제의 유전자가 있는지 찾아 본 결과 11명 모두 갖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쥐 등 다른 포유동물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데 페로몬에 크게의존하지만 인간은 다른 포유동물보다는 큰 뇌를 이용해 행동판단을 내린다고 말하했다.

쥐는 V1R계열의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100개가 넘는데 인간은 같은 계열의 유전자중 단 하나만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나머지 유전자들이 어떻게 된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로드리게스 박사는 말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이른바 서비(鋤鼻)기관이라고 불리는 코 또는 입안에 있는 어떤 특수기관에 의해 페로몬을 탐지한다. 서비기관을 페로몬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뇌부위와 연결해 주는 것은 신경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페로몬으로 서로 교감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페로몬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같은 방 한쪽에 있는 사람이 다른쪽에 있는 사람 또는 그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어떻게 페로몬으로 교감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것이 거의 없다.

1998년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겨드랑이의 페로몬이 가까이에 사는 여성들의 멘스주기를 일치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로드리게스 박사와 함께 이 연구에 참여한 피터 몸버츠 박사는 새로 발견된 인간 페로몬 유전자가 페로몬을 이용한 약의 개발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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