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변화 없이 학생의 성적 상승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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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학생의 큰 성취에 기뻐하며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목표 달성에 이르지 못한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성공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학생의 성장과정에서 이미 성공과 실패의 조건들이 갖춰진다고.

 열심히 하는 학생과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 중 누가 좋은 성적을 얻을 것인가. 열심히 하는 학생이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모든 부모가 내 아이만은 열심히 하는 학생이기를 소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적을 보는 관점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부모는 성적을 학습량의 결과로만 생각한다. 학원이나 과외로 학교수업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열심히’는 성적상승의 열쇠가 되지만, 열심히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켜도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에겐 학원이나 과외가 성적 상승의 발판이 될 수 없다.

 ‘열심히’는 성적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이다. 이 자질은 어려서부터 학생의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자질의 정도에 따라 성적 수준이 결정된다. 앞으로의 성적은 이후로 이뤄질 자질이 얼마만큼 변화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성적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과목에서 실력의 문제도 아니다. 성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의 성장 과정이 학습이라는 분야에서 밖으로 표출된 것일 뿐이다.

 학생의 자질이 성적상승의 전제라고 한다면 학생의 자질 변화가 성적 변화보다 우선한다. 하지만 학습계획에 이런 근본적 계획을 포함시켜 고민하는 부모님은 많지 않다. 고교에 들어가면서 자녀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가는 어머니들의 하소연을 더 자주 듣게 된다. 성적상승을 위해 학원을 옮기거나 과외를 시키는 것만이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일 뿐이다.

 어른의 사회적 욕망을 자녀의 성적에 투영해 성적만 강요하진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부모로서의 ‘나’는 아이와 얼마나 대화를 시도했는지. 대화가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얼마나 일관된 계획을 진행했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학생들의 성적의 원인 뒤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학생은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이 반영된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단지 좋은 성적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서 단계별로 성장과정을 거치듯 학생들의 성적에도 단계별 성장이라는 역사가 있다. 내 아이의 성장단계가 더디다고 성적의 역사를 간과하고 결과로서의 성적만 추구해선 미래는 없다. 진정으로 자녀와 성적의 변화를 원한다면 자녀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녀가 무엇에 관심 갖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면 왜 없는지 등등 지금부터 자녀와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부모나 사회의 당위적인 요구가 아니라, 부모의 눈높이가 아니라, 아직은 내 품에 있는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장기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몇 차례의 시도로 성과를 못 얻었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학생이 부모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만 하는, 또는 수용해야만 하는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부모의 자각도 필요하다. 그때 비로소 부모로서 ‘나’의 변화가 시작되며 학생들의 성적 변화의 전제가 되는 자질을 갈고 닦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영권 강남청솔학원 부천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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