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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르헨티나 닮아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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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테네 전당포에 내걸린 ‘금 삽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가 ‘임금 삭감’을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우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내에 머물기 위해선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추가 긴축안에 대한 지지 호소였다. 그리스인은 연이은 허리띠 졸라매기로 경기침체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한 아테네 시민이 전당포인 ‘미스터골드’가 내건 금 매입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아테네 블룸버그 뉴스]

그리스가 제2의 아르헨티나가 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위기 이후 빚의 원금과 이자(원리금) 가운데 평균 76%를 떼먹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의 채권 금융회사들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IMF의 내부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가 빚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은 한 민간 채권자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채권 금융회사는 원리금 탕감을 놓고 그리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권자는 받을 돈 50%를 깎아준 뒤 현금과 새로운 만기의 국채로 바꾸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것도 그리스 구제 작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IMF의 분석 보고서여서 더욱 심상찮게 들린다.

 그리스 채권자의 추가 손실 가능성은 요 며칠 사이 잇따라 제기됐다. 6일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채권단의 손실 비율이 앞서 합의된 50%를 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일에는 독일 재무장관의 자문역인 클레멘스 푸에스트(경제학)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그리스 채권자가 떼일 돈은 원리금 50%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며 “빚 절반 정도의 탕감으론 그리스가 빚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채권자의 추가 손실은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의 말과 어긋난다. 메르켈은 지난해 6월 채권자 추가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선제적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그리스가 아르헨티나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통을 분담하는 게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얘기였다.

 또다시 공은 유럽 정상들에게 넘어갔다. 오늘(9일) 밤 메르켈과 니콜라 사르코지(56)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회동한다. 마침 이탈리아 국채 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시스템 개혁(재정통합)보다 발등의 불을 어떻게 끌지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두 사람의 만남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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