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제2의 아르헨티나가 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아르헨티나는 2002년 위기 이후 빚의 원금과 이자(원리금) 가운데 평균 76%를 떼먹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의 채권 금융회사들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IMF의 내부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가 빚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은 한 민간 채권자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채권 금융회사는 원리금 탕감을 놓고 그리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권자는 받을 돈 50%를 깎아준 뒤 현금과 새로운 만기의 국채로 바꾸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것도 그리스 구제 작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IMF의 분석 보고서여서 더욱 심상찮게 들린다.
그리스 채권자의 추가 손실 가능성은 요 며칠 사이 잇따라 제기됐다. 6일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채권단의 손실 비율이 앞서 합의된 50%를 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7일에는 독일 재무장관의 자문역인 클레멘스 푸에스트(경제학)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그리스 채권자가 떼일 돈은 원리금 50%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며 “빚 절반 정도의 탕감으론 그리스가 빚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채권자의 추가 손실은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의 말과 어긋난다. 메르켈은 지난해 6월 채권자 추가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선제적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그리스가 아르헨티나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통을 분담하는 게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얘기였다.
또다시 공은 유럽 정상들에게 넘어갔다. 오늘(9일) 밤 메르켈과 니콜라 사르코지(56)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회동한다. 마침 이탈리아 국채 값마저 떨어지고 있다. 시스템 개혁(재정통합)보다 발등의 불을 어떻게 끌지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두 사람의 만남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