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 2차대전 영국 ‘호송대’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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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최고 통치권자였던 처칠 총리는 독일의 잠수함에 대해 ‘내가 유일하게 두려움을 느꼈던 위협’이었다고 평가했다. 섬나라인 영국이 지속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려면 외국으로부터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는 해상 교통로가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대서양을 건너려 하는 모든 선박을 무자비하게 침몰시키는 독일 잠수함의 위협은 실제로 영국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을 만큼 심각했다.

 이런 위협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 바로 개별 선박을 모아 선단으로 만들고 여기에 호위함대를 붙여 ‘한꺼번에’ 대서양을 건너는 ‘호송대(convoy)’ 시스템이었다. 집단으로 모여 바다를 건너면 독일 잠수함을 만났을 때 몰살당할 수도 있고, 적에게 발견되기도 더 쉬울 것 같다. 그래서 호송대 시스템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위험한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전투함의 호위를 받으며 뭉쳐서 건너는 편이 단독항해보다 개별 선박의 생존확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을 1차 대전의 경험을 통해 영국은 이미 깨치고 있었다. 대서양이 워낙 넓어 실제로 풀어 놓으면 개별 선박이 적 잠수함에 발견될 가능성이나 수십 척으로 이뤄진 선박 집단이 발견될 가능성이나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무엇보다 개별 선박이 망망대해에서 적함을 만나면 격침당하는 도리밖에 없으나 함께 가는 선박집단은 전투함정의 호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호송대 시스템의 장점이었다.

 주식시장이 재미없어지고 대형주에 대한 수요가 따라주지 않다 보니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 개별 종목이 대안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직 유럽발 금융위기가 수습 국면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특별히 투자와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도 많지 않다. 즉 주식시장(대서양)은 아직 잠재악재(적 잠수함)가 언제라도 출몰할 수 있는 불확실한 공간이다. 예상치 못한 악재가 출현할 때 재료가 있는 개별종목이 시장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필자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경기와 신용위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상식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장을 극복하는 정석은 검증된 운용전략과 철학을 가지고 가치주와 성장주를 고루 모아 ‘함께 가져가는’ 분산투자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불확실성에 대응할 만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관리 아래로 위험자산을 모아보는 전략을 권해본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어 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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