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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천적 농법' 활기

중앙일보

입력

전남 담양의 정영균(44)씨는 올 2월 수확한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무농약 농법인 ''천적(天敵)농법'' 의 위력을 실감했다. 1천6백여평의 딸기밭에 칠레이리응애를 대량으로 풀어 점박이응애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가 농업과학기술원의 기술지원을 받아 사육한 칠레이리응애를 나눠준 같은 동네 27농가의 딸기 농사(12ha)도 마찬가지 효과를 봤다.

점박이응애는 딸기 농사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해충이며 칠레이리응애와는 천적 관계. 이들 농가는 오는 9월 파종을 시작할 딸기 농사에도 천적농법을 사용할 계획이다.

환경 친화적인 무농약 천적 농법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올 여름 들어 천적 생산업체 3개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그동안 해충 방제 효과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던 농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천적 농법을 적용한 딸기.오이.고추밭은 약 80ha. 이 중 딸기밭이 75ha를 차지하고 있다. 1998년에는 3ha, 99년엔 10ha에 머물렀었다.

천적농법은 농사를 망치는 해충을 잡아먹는 곤충이나 곰팡이를 길러 논.밭에 풀어놓는 방법. 농약값과 비슷한 비용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잔류 농약 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천적농법은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사용되는데 이는 이로운 벌레가 외부로 날아갈 염려가 없는 등 방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천적을 이용한 농법은 전세계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천적 생산회사는 미국에 95개사, 캐나다 11개사, 멕시코 26개사, 독일 23개사가 있고, 이들 회사가 개발한 천적은 1백40여종에 이를 정도. 이 중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천적은 칠레이리응애.온실가루이좀벌.진디벌.애꽃노린재.진디혹파리 등이다.

칠레이리응애의 경우 딸기.수박.참외.오이.고추.가지.장미 등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점박이응애를 잡아먹으며, 온실가루이좀벌은 토마토.오이 농사를 망치는 온실가루이를 잡아 먹어 칠레이리응애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다.

진딧물 천적 중 무당벌레는 한마리가 8백개의 알을 낳으며 한 세대에 해당하는 4개월여 동안 무려 4천여마리의 진딧물을 먹이로 삼는다. 풀잠자리는 1천여마리, 콜레마니진딧벌은 3백88마리의 진딧물을 먹어치운다.

이들 대부분의 천적들은 주로 토마토.오이.딸기.고추.채소류 등의 농사에 사용한다. 현재 농진청 산하 농업과학기술원이 1주일에 13만마리의 온실가루이좀벌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

민간업체로는 웜테크㈜가 토종 무당벌레의 대량 번식에 성공했고, 한국IPM, 이팜㈜ 등이 칠레이리응애 등의 생산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 천적연구실 김용헌(50)박사는 "세계적으로 농약 이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천적농법이 크게 확산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천적 농법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천적의 국산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수입 천적들은 국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두 세대 뒤에 죽어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또 수입 천적들이 국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소개구리와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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