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따라가지 말고 인생 스스로 컨트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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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진씨는 윤리학·정치학·경제학을 함께 공부하는 전공으로 지난해 예일대를 졸업했다. 현재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의료인류학을 공부 중이다. [김태성 기자]

“우리 세대는 정보에 접근하는 길이 아주 많아요. 노래든 축구든 관심분야에 정보를 찾고 시도하기가 쉬워요. 한국·미국이 교육시스템은 달라도 (학생들의) 열정·에너지는 똑같아요. 시스템을 따라가지만 말고 내 인생을 내가 컨트롤해야죠.”

 미국 예일대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공부 달인’ 이형진(23)씨의 말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교 때부터 탁월한 학생으로 이름을 떨쳤다. 한국의 수능시험격인 미국의 SAT·ACT에서 만점을 받았고, 아이비리그 대학 9곳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USA투데이가 미국 전역에서 선정한 최우수고교생 20명에도 뽑혔다.

 그의 성장담과 배움에 대한 철학은 지난해 펴낸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를 통해 한국 에도 널리 알려졌다.

방학을 맞아 잠시 방한한 그는 “공부 방법이 아니라 공부하는 태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어로는 ‘공부’로 번역됐는데, 제가 본래 생각한 제목은 ‘러닝 이즈 포 유어 라이프’(Learning is for your life)에요.”

 그는 미국 교육제도의 장점을 “성공의 개념이 다양해서 아이들마다 특기를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초점이 없어 게을러지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이거 조금, 저거 조금이 아니라 초점에 집중하는 것이 장점인데, 집중이 심하면 다른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가 없다”며 “양쪽의 중간에 균형점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씨의 부모는 아들에게 공부 잔소리는 많이 하지 않은 대신 3, 4세 때부터 테니스와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이씨의 테니스 실력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상급생들을 제치고 교내 제일이 됐다.

“저는 8월에 태어났어요.(미국은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기 때문에) 같은 학년 중에 제일 어려요. 운동에서는 뒤지기 쉬운데, 테니스에서 넘버원을 한 건 제가 아무 것도 모를 때 부모님이 시작하게 한 덕분이죠.” 물론 방과후 시합에 출전하는 일상의 반복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싫다는 생각을 한 순간들이 있었죠. 그럴 때 도움이 된 게 또다른 재미있는 활동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해리포터 좋아하는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하는 클럽을 했거든요. 그런 즐거운 일을 기다리며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대학원생인 지금도 공부가 다는 아니다. 노래모임을 만들었고, 옥스퍼드대에 유명한 조정(rowing)도 배우기 시작했다. “운동만 아니라 기숙사 친구들과 사귀는 기회에요. 부모님은 왜 너는 다른 애들처럼 공부만 하지 않냐고 할 수 있어요. 근데 남들 다 하는 대로만 하면 나만의 유니크함이 없어지잖아요.”

 그는 미래를 다양하게 열어두고 있다. 언론계도 그 중 하나다. 예일대 졸업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인턴도 했다.

“시사와 토크가 결합된 TV 모닝쇼 진행자도 해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 저널리즘 캠프에 참여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무엇이든 첫발을 떼고, 시도를 해보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글=이후남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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