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살림살이 얼마큼 나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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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새해가 밝았다. 한 해가 끝날 때쯤 또다시 한숨짓게 될지라도 이 순간은 두 손 모아 빌게 된다. 직장인들은 올해 월급봉투가 ‘얼마만큼’ 두둑해질까, 주부들은 살림살이가 ‘얼마큼’ 나아질까, 청년들은 일자리가 ‘얼만큼’ 늘어날까 기대하며 각자 세운 목표가 달성되기를 소망한다.

 어떤 정도나 어느 만치의 수량을 막연하게 나타내는 의미로 일상생활에서 ‘얼마만큼’ ‘얼마큼’ ‘얼만큼’이란 말을 혼용하고 있다. 모두 가능한 표현일까?

 ‘얼마만큼’은 잘 모르는 수량이나 정도를 뜻하는 ‘얼마’란 명사에 앞말과 비슷한 정도나 한도임을 나타내는 조사 ‘만큼’이 붙은 형태다. 이의 준말이 ‘얼마큼’이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큼 남았지?”와 같이 둘 다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만큼’이다. “물가, 얼만큼 올랐나?”처럼 흔히 쓰지만 ‘얼마만큼’ 또는 ‘얼마큼’으로 바루어야 한다. ‘얼마만큼’의 준말로 ‘얼만큼’이 아니라 ‘얼마큼’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과 형태가 유사해서인지 간혹 ‘그마만큼’ ‘이마만큼’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그마만큼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르지?” “제 행동이 이마만큼 파장을 일으킬 줄 몰랐어요”와 같이 사용하지만 ‘그만큼’ ‘이만큼’으로 고쳐야 바르다. 그만한 정도로, 이만한 정도라는 뜻을 좀 더 강조하고 싶어 ‘그마만큼’ ‘이마만큼’으로 쓰는 것으로 보이나 ‘그만큼’ ‘이만큼’이 표준어다.

 ‘얼마만큼’과 ‘얼마큼’은 본말과 준말의 관계이지만 ‘그마만큼’과 ‘그만큼’, ‘이마만큼’과 ‘이만큼’은 그렇지 않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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