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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만화가·디자이너·운동선수 … 신문 기사에 내 롤모델 다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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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꿈이 없다”고들 말한다.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서울대 가는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학교에서도 진로 교육은 뒷전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시험에서 1점이라도 올리는 게 급선무다. 교과서도 직업과 진로에 대한 내용은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과 함께 미래에 각광받을 만한 직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진로 교육에는 신문이 좋은 교재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등장하고 살아 있는 정보도 담겨 있다.

서울 오산중 3학년 학생들이 신문에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직업을 찾아 스크랩한 뒤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사에는 실제 직업 종사자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황정옥 기자]

신문은 진로 탐색의 재료다. 신문 지면에는 정치인·기업가·소설가·디자이너·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연히 기사에는 여러 직업에 대한 정보가 나타난다. 서울 오산중 조성백(사회) 교사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신문은 최고의 교과서”라며 “현재 유망한 직업부터 미래에 각광받을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조 교사가 오산중 3학년 5반 학생들과 신문을 활용해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신문에서 직업 관련 최신 정보와 롤 모델 찾아

기말고사가 끝난 중학교 3학년 교실은 여유가 넘쳤다. 고교 입시도 끝났고 중학교 학사 일정도 모두 마친 상태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조 교사는 “신문과 책을 꼼꼼하게 읽으며 진로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조 교사는 신문을 펼치기 앞서 교과서 내용부터 숙지시켰다.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미래 경제와 인간 생활’이라는 단원에 나오는 ‘미래 직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는 “앞으로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라며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지금 각광받고 있다는 이유로 직업을 택하면 미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진로도 계획해야 한다는 의미다.

학생들이 신문에서 찾아야 할 정보로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하나는 ‘현재 자신이 꿈꾸는 직업과 관련된 최신 트렌드’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요즘 각광받는 디자이너의 인터뷰 기사나 디자인과 관련된 최신 이슈를 다룬 기사를 찾으면 된다. 조 교사는 “교과서가 담지 못한 현실적인 정보들을 신문을 통해 찾아보면서 직업의 미래 전망과 가능성까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롤 모델 찾기’다. 희망하는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을 찾아 스크랩한 뒤, 어떤 부분을 본받고 싶은지 적어보면 된다. 조 교사는 “딱 떨어지는 기사를 찾기 힘들면, 직업은 일치하지 않더라도 ‘노력’이나 ‘활동’ 등 다양한 기준에서 본받고 싶은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알려줬다.

꾸준히 스크랩하면 진로 포트폴리오 완성

만화가를 희망하는 이건우군은 ‘웹툰’(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했다. 이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화가는 만화책을 출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많이 보급될수록 웹툰의 인기가 높아질 것 같다”고 트렌드를 분석했다.

만화 내용의 변화도 짚어냈다. 이군은 기사를 인용해 “기승전결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아무 때나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사가 “이런 트렌드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만화를 그려야 할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하자, 이군은 “웹툰 중에서도 탄탄한 스토리로 감동을 주는 작품도 많다”며 “앞으로 인터넷 등 대중에게 친숙한 미디어를 활용하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군은 ‘고객 만족은 입소문을 낳고, 입소문은 매출을 키운다’(중앙일보 2010년 12월 20일자 W1면) 기사를 스크랩했다. 기업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잘 활용해야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많아진다는 내용이다. 김군은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라며 “기업이 SNS를 잘 활용하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롤 모델로는 박지성·김연아·박찬호 등 유명인을 꼽은 학생이 많았다. 방현진군은 “박지성 선수의 성실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본받으면 어떤 직업을 택하더라도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인을 꿈꾸는 김영훈군은 ‘하버드 로스쿨 아시아 여성 첫 종신교수 석지영’(중앙일보 2011년 12월 10일자 W4면)이라는 인터뷰 기사를 택했다. 김군은 “하버드 로스쿨은 이론과 실생활을 밀접하게 연관짓는 교육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신문을 꾸준히 읽으며 실생활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신문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유명인들의 성공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도구”라며 “고등학교에 입학 전까지 신문을 스크랩하며 진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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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 지도보다 진로 교육을 먼저

우리 교실에 대해 ‘진학 지도만 있을 뿐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 진학률은 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지만, 대학생의 30% 이상이 취업 희망 직종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다수 학생이 원서 신청을 앞두고 급하게 전공을 정하는 형편이다. 진로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많은 대학생이 전공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나 편입, 재수를 고민한다. 학교 현장에서 진료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셈이다.

진로 교육은 자립심을 키워주는 교육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학습 계획 작성부터 진로까지 결정해주다 보면 아이가 나이를 먹어도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계획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사고력과 책임감이 커져 진로에 대해서도 주체적으로 사고하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진로를 결정할 때 유의해야 할 것도 짚어줬다. 자신의 관심과 적성을 구분할 것, 나를 아는 사람들과 대화할 것, 그리고 30년 뒤 해당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것 등이다. 해당 전공에 대한 관심과 적성을 구분하는 이유는 단순한 흥미인지 아니면 잘할 수 있는 능력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다.

패자부활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나는 1만 번 실패한 게 아니라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뒤 남긴 명언이다.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끝없는 재도전의 기회로 삼았다는 말이다. ‘한번 탈락하면 끝’이라는 두려움에 떠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생각과는 천지차이다. 우리나라는 입시나 취업에서 한두 번 실패하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실패를 기회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 분위기라는 말이다.

진로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앞의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면 아무리 간절한 꿈이 있어도 시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진로 지도를 할 시간에 시험 문제 하나 더 푸는 게 현실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제도와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한번 낙오자가 영원한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따뜻한 규칙을 깔아주는 사회, 언제나 패자부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신문에서 나의 장래 희망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다룬 기사를 찾아 읽고, 직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무엇인지 정리한다.

예>장래 희망: 수의사

-기사 스크랩: 중앙일보 2011년 6월 27일자 14면 길 잃은 황제 펭귄 ‘긴급 수술’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남극에서 3400㎞ 떨어진 뉴질랜드 해변가로 헤엄쳐 와 화제를 낳았던 새끼 황제펭귄이 건강 악화로 24일 동물원 신세를 지게 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해변의 모래를 눈으로 착각해 과다 섭취한 탓이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는 “황제펭귄이 두 차례에 걸쳐 배 속 이물질을 빼내는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웰링턴 동물원의 리사 아길라 박사는 “배 속에서 모래와 콘크리트 덩어리 3㎏가량이 나왔다. 자칫 배가 터져 죽을 수도 있었다”며 “황제펭귄은 눈으로 수분을 섭취하는데 영상 10도를 넘나드는 뉴질랜드의 ‘무더위’에 탈수 증세가 나타나면서 모래와 눈을 구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제펭귄은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은 뒤 보금자리가 결정될 전망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수의사는 아픈 동물을 치료해주고 보살펴주는 역할만 하는 줄 알았는데, 치료 이후 새 안식처를 알아보는 등 동물을 위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2. 30년 뒤 바라는 직업을 갖고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 뒤 기자가 돼 ‘미래의 나’에게 직업과 관련된 가상 인터뷰를 해본다.

예> Q.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A.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그런 것 같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변호사를 꿈꾸게 됐다.

Q. 변호사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재미는?

A. 청소년 시기에 생각 없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인생을 허비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해 변호해주고 인생에 큰 멍에를 벗겨줬을 때 보람을 느낀다. 또 이들이 변화된 모습으로 찾아와 고마움을 표할 때 기쁨도 크다.

Q. 어린 시절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A. 부모님이 개방적이라 항상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새로운 의견을 내면 칭찬해주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습관이 생겨 변호사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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