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불난 다가구주택 … 13시간 만에 윗집 문 열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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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다세대 주택 아래 층에서 일어난 불로 윗집에서 잠을 자던 4명이 숨졌다.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거주자 안전을 확인했으나 인기척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화재 수습 과정에서 구멍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오후 6시7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동 한 다세대주택 301호에서 김모(39)씨와 아들(13), 딸(11) 등 모두 4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한 명은 김씨와 동거해 온 것으로 알려진 40대 중반의 남성이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지문 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이 건물 관리인은 “301호에 하루 종일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겨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4명이 모두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이 잠을 자다 아랫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스며든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이들이 발견되기 13시간 전인 이날 오전 5시쯤 201호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한 시간 만에 꺼졌다. 불이 난 집 거주자들은 대피해 인명 피해가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한 소방관들이 인근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지만 301호는 전화를 받지 않아 이미 피한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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