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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자주독립’ 위해 뛰는 사람들 … 안개꽃·국화 등 43개 신품종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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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전북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스프레이국화를 송영주 원예과장(왼쪽 넷째), 이진재 화훼실장(왼쪽 둘째) 등이 화훼실에서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꽃을 사면 그 돈에는 외국으로 넘어가는 비용이 숨어 있다. 장미는 1주당 1000~1500원씩, 안개꽃은 300원씩 로열티를 내고 있다. 종자를 외국회사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지불한 화훼분야 로열티는 모두 86억원에 이른다. 품종별로는 장미가 36%를 차지해 가장 많다. 난·국화·카네이션 등이 뒤를 잇는다.

 전북 익산시 신흥동 농업기술원 원예과 화훼실에 가면 ‘꽃의 자주독립’을 위해 뛰는 사람들이 있다. 이진재 실장을 비롯해 최창학·정동춘·김태복 연구사 등 4명이다. 대학에서 원예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우리 꽃 개발에 15~20년을 바쳤다.

 이진재 실장은 “품종개발은 시간과의 줄다리기이자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색깔·모양 등이 서로 다른 꽃의 암·수술 교배를 통해 종자를 받는데 1~2년, 이 씨를 뿌리고 키워 신품종을 찾는데 4~5년 걸린다. 성공적으로 꽃을 피워낸 품종의 특성을 확인하고 등록 하는데 다시 2~3년이 필요하다. 이같은 노력을 거쳐 신품종 하나를 얻게 될 확률은 0.00025%. 4000여 개의 종자를 뿌려 새 꽃 1개가 탄생할 만큼 어렵다.

 신품종을 얻기 위한 과정은 임산부의 산고(産苦) 못지않게 고통스럽고 힘들다. 정동춘 연구사는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5~10일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채 교배 작업에 온 정성을 쏟으면서 ‘좋은 새끼를 낳아 달라’고 간절하게 빈다”고 말했다. 손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은 꽃은 망을 씌운 뒤 곤충을 집어 넣어 수정을 시킨다.

 연구사들은 직업병인 디스크에 시달린다. 하루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꽃은 개화기가 5~8월에 몰려 찜통같은 하우스 속에서 더위와 싸워가며 작업을 한다.

 전북 농업기술원 화훼실은 2003년 이후에만 국화·나리·원추리 등 43개의 신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 중 25개는 국립종자원에 이미 등록출원까지 마쳤다. 특히 안개꽃·스타티스 분야는 전국의 농업기술원중 독보적이다.

 2008년에 개발한 안개꽃 ‘드림송’의 경우 “꽃 색깔이 화사하면서도 병에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최상품으로 쳐준다. 드림송은 향후 10년내 국내 안개꽃 시장(60억원)의 절반을 점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주 원예과장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내년부터 더 많은 외국산 꽃·종자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외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맞춤형 품종을 개발해 꽃의 국산화를 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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