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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고 투수의 조건

중앙일보

입력

▶두뇌

타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한 두뇌는 뛰어난 투수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타자와의 머리싸움에서 이기지 않고는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뛰어난 투수들은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어느 코스에,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떤 구질의 공을 던져야할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현역선수 가운데 가장 ‘머리를 잘 쓰는 투수’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데이빗 웰스가 꼽힌다. 올시즌 전반기에 15승을 올렸던 웰스는 90마일 초반대의 직구와 커브볼 그리고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구사한다.

그러나 웰스는 이러한 볼들을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특히 코스와 속도 그리고 구질을 변화무쌍하게 골라 타자의 허를 찔러 번번히 ‘헛스윙’을 유도해 낸다. 전문가들은 머리싸움에 강한 웰스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이밍 오프 투수’라고 부르고 있다.

▶눈

타자가 투수의 투구폼을 읽는다면 반대로 투수들은 타자의 타격동작을 읽는다. 타자가 ‘선구안’을 갖고 있다면 투수는 ‘타자를 읽는 눈’을 갖고 있다.

투수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그가 어떤 볼에 스윙을 하고 또 기다릴 것이라는 것을 빠르게 파악해야만 한다. 뛰어난 투수들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발의 위치, 방망이를 쥐고 있는 손의 모양새 심지어는 얼굴표정 등을 보고 어떤 볼에 방망이가 나오고 기다릴 것인가를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그렉 매덕스가 현역투수 중 타자를 읽는 능력에 있어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덕스는 덕아웃에 앉아있으면서도 타석에 들어선 상대 타자의 동작을 읽고 그가 어떤 공에 방망이를 휘두를 것인가를 팀동료에게 말할 정도로 ‘섬뜩한 눈’을 갖고 있다.

바비 콕스 감독은 “1사 주자 2, 3루에서 매덕스에게 다음 타자를 걸르라고 주문하면 그는 플라이볼로 잡겠다고 말하고는 반드시 그렇게 해낸다. 올시즌 이런 상황이 2번 있었는데 모두 내야수 글러브로 공이 빨려들어갔다”고 감탄한다.

▶손가락

전문가들은 “손가락이야말로 타자를 공략할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라고 말한다. 투수들은 손가락으로 공에 회전을 넣어 수많은 변화구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손가락의 길이는 매우 중요하다. 한 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커브볼 투수로 평가받았던 애런 셀리는 “내가 변화구를 잘 던질 수 있었던 것은 특별히 긴 손가락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긴 손가락으로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여러가지 변화구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역선수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손가락을 갖고 있는 선수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꼽고 있다. 신장 5피트 11인치인 마르티네스의 손가락은 7피트 내외의 농구선수들과 비교될 정도다.

마르티네스는 긴손가락을 이용, 투구시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크게 흔들리는 변화구’를 만들어낸다. 특히 그는 역회전 변화구에 관한한 메이저리그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팔

강한 팔을 갖지 않고 뛰어난 투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현역 우완투수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공은 LA 다저스 케빈 브라운의 싱커로 평가되고 있다. 브라운은 싱커와 함께 포심패스트볼, 하드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는데 특히 그의 씽커는 홈플레이트 근처까지 90마일 초반대의 빠른 속도로 들어오다가 타자 앞에서 갑자기 밑으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웬만한 투수들은 브라운과 같은 싱커를 던지게 되면 얼마 가지 못해 팔이 망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강한 팔’을 갖지 않고는 브라운같은 ‘초특급 싱커’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역 좌완투수 가운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슨이 가장 강한 팔을 갖고 있다. 특히 그의 투구동작의 특징은 다리와 허리 움직임이 적은 대신 볼이 어깨를 지나 마지막 뿌려지는 순간까지 팔의 동작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강한 팔을 바탕으로 경기 막판에도 1백마일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지고 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포수 대미언 밀러는 “그의 팔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아마도 존슨과 같이 강한 팔을 가진 선수는 한세대에 한명 나오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한다.

▶다리

메이저리그 감독, 코치, 스카우트 모두에게 강한 다리를 가진 투수가 누구인가를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은 놀런 라이언과 톰 시버를 꼽는다.

그러나 현역 투수들 가운데 라이언과 시버에 비견될 정도의 강한 다리를 가진 투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뛰어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머리, 긴 손가락, 강한 팔이 중요하다. 그러나 투수가 와인드업 한후, 한발로 투구판을 밀어내면서 투구를 시작해 다른 한발로 땅을 디뎌 투구를 끝낼 때까지 강력한 다리힘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타자를 압도하는 공을 던질 수 없다.

또한 강한 다리는 투수의 지구력을 상징한다. 라이언이 나이 40세가 넘어서도 95마일 안팎의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질 수 있었던 것도 나무줄기(tree trunk)에 비교될 정도로 굵고 강한 다리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체격

뛰어난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체격조건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투수에게는 체격이 매우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투수를 평가할 때 빠뜨리지 않는 것이 체격이다.

보통 6피트4인치부터 6피트5인치의 신장이 투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여기에 긴팔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스카우트들은 선수가 팔을 벌리고 섰을 때 일정한 신장과 함께 상대적으로 긴팔을 갖고 있을 때 뛰어난 투수가 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키와 상관없이 뛰어난 투수들이 여러명 있었다는 것으로 감안할 때 투수체격의 전형이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현역투수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체격을 가진 선수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럴 카일(6피트5인치, 2백12파운드)과 케빈 브라운(6피트4인치, 2백파운드)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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