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영어는 다른 세상 여는 문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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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주
토스잉글리시 천안어학원 원장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여태 아무 준비도 안 하다가 느닷없이 아이가 1년 뒤 유학을 떠나는데 그때까지 영어를 아주 잘 하게 될 방도는 없느냐고 묻는 학부모들이 있다. 아이가 모국어를 깨치고 배우던 시절에는 닦달을 하거나 야단치지 않았던 것처럼 영어도 그래야 한다. 더군다나 외국어니까 더욱 그래야 한다. 유별나게 경쟁 위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학부모를 조급하게 만든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일단 시간이 없어 못하고 ‘다들 좋다고 하는 길을 가되 혼자만 성공하기’를 바라는 삶의 방식이 영어교육에도 똑같이 반영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문법? 단어? 유용한 표현? 혹은 학교 영어 성적? 외고나 민사고 갈 수 있을 정도의 듣기, 읽기 실력? 영어 경시 대회 입상? 이런 것들은 결코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꿈을 키워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목표를 세우고 영어를 배우면 사용하는 책이나 영화에서 아이들은 아무런 감동도 얻지 못한다. 그 속에 들어있는 철학이나 교훈 혹은 문화적 향기 같은 것을 거의 섭취하지 못한다.

[일러스트=박소정]

우리나라 아이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무려 10년 가까이 영어를 배우면서도 영어권 나라, 영어권 사람들에 대해 무지한 이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우는 진짜 목표를 가르쳐 줘야 한다.

영어는 의사소통 수단인 말의 일종이며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문화와 사상의 매개체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영어를 잘하게 되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를 가지는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다른 세상을 보고 경험한다는 것, 다른 생각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리고 경험하면 얼마나 세상을 보는 눈이 풍요로워지고 다양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 개인의 인생의 격과 가치를 얼마나 높이고 깊게 해줄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진정으로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열심히 하겠다는 성취동기가 발동된다. 그것은 어떤 유능한 영어 선생이나 강사보다도 그리고 시중의 어떤 훌륭한 프로그램보다도 더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 기여한다.

얼마 전 스마트폰앱을 히트시킨 어느 고교생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프로그래밍을 개발을 위해 공부하기 시작한 전문서적들이 영어인 관계로 자연스레 익힌 영어가 학교 성적 중 유일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과목이 됐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훨씬 더 깊게 알고자 하는 아이들이 순식간에 영어를 습득하는 일이 이처럼 보편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김교주 토스잉글리시 천안어학원 원장
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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