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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도서관 ⑩ 천안 성환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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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한글수업교실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윤영숙 강사의 수업내용을 노트에 필기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우리동네 도서관시리즈’ 마지막 시간으로 천안 성환읍 위치한 ‘성환도서관’을 소개한다. 일 평균 500여 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5만 여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다문화도서 7500여 권 포함) 책을 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와 일반 열람실, 문화강좌실 등도 마련돼 있다. 20일 노인 한글교실 수업이 열린 이곳을 찾았다.

배움의 열정만큼은 최고

이날 오전 10시 도서관 2층에 있는 교육실에서는 ‘노인 한글 수업’이 한창이다. 교실에 모인 20여 명의 어르신들은 윤영숙(52·여) 문예강사의 말에 귀 기울였다.

“‘외갓집에 갈 예정이다’를 노트에 써볼까요? ‘외’를 ‘왜’로 혼동하시는 분이 있는데 잘 유의하셔야 해요. 다 쓰신 분들은 ‘외삼촌’도 써보고 외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나열해 보세요.” 윤 강사가 하는 말을 놓칠세라 어르신들은 노트에 한글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선생님 ‘외’자로 시작되는 단어를 정리했는데 확인 좀 부탁드려요.” 어르신들은 윤 강사의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쓰며 예의 있게 질문을 던졌다. 노인 한글수업은 이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반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10시부터 12까지 진행된다. 60대 이상의 주민이라면 모두 참여 가능하다. 20여 명 정도가 정원이고 전화나 방문접수만 받는다. 예약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호응도 좋다. 16일까지 모든 수업이 종료됐어야 했지만 어르신들의 요구로 다음달 말까지 연장했다.

“내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한글을 전혀 모르는 까막눈이었지. 손주한테 동화책을 읽어주며 같이 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젠 왠만한 글씨는 다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한글교실에 꾸준히 다니는 홍원예(64·가명)씨는 요즘 더 큰 꿈을 그리게 됐다. ‘6살 손자에게 동화책만 읽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홍씨는 늦깎이 대학생을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만 나온 홍씨는 한글 수업이 종료함과 동시에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할 예정이다.

“늦게 시작했다고 꿈꾸지 말란 법 있어. 차근차근 준비해서 일류대학에 진학할 꺼야. 그럼 아들녀석도 손주도 날 보는 눈이 달라지겠지.”

홍씨는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 않다며 ‘허허’하고 웃었다.

17년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봉사로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윤 강사는 “이곳 어르신들은 공부에 대한 열의와 집중력이 뛰어나다”며 “오히려 내가 가르치면서 배우는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들 뒷바라지에 공부의 시기를 놓쳤던 어르신들이 이 수업을 통해 더 큰 꿈을 그려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서가족 선정 호응

성환도서관은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책 읽는 가족’을 선정하고 있다. 가정독서운동 캠페인 사업의 일환이다. 지역에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도서관협회와 단위 도서관이 연계해 실시하고 있다. 2003년부터 실시하는 사업으로 선정된 가족에게는 한국도서관협회장과 천안성환도서관장 명의의 인증서와 현판, 부상으로 도서상품권이 주어진다.

 2011년 상반기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이연옥씨, 정태섭씨 가족은 주말이면 온 가족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도서관 이용예절을 교육하고 있다. 정씨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창작동화만 읽던 습관을 버리고 다방면의 도서를 접하게 됐다”며 “이번 수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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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독서교실 운영

천안성환도서관(관장 서은금)은 지역 내 다른 도서관과 달리 천안교육지원청이 운영하고 있다. 시 관할 도서관(도솔도서관, 쌍용도서관 등)과는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10월 초부터 관내 초등학교를 찾아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독서교실’도 그 중 하나다.

학력증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찾아가는 독서교실은 읍내 희망학교를 접수 받아 강사를 직접 파견하는 방식이다. 선정 대상 학교 담당 교사와 협의해 ‘동화구연’과 ‘논술’ 과정을 나눠 각 8회씩 운영한다. 학생들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계획안을 새롭게 만들어 진행하기도 한다. 신방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50여 명인 소규모 학교로 전교생이 독서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동화구연 이명순 강사는 “학교 도서관에서 수업을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책에 대해 좀 더 친근함을 심어 줄 수 있었어 좋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 학교와 도서관이 연계해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프로그램 운영으로 다른 도서관들도 지역 학교에 찾아가는 독서교실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리모델링 후 이용객 증가

성환도서관은 지난달 건물 외부를 리모델링 했다. 최근 한 달간 방문객이 늘어난(20% 정도) 이유다.

천안시의 담장허물기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번 도서관 환경개선 사업은 기존의 높고 낡은 벽돌 담장을 허물었다. 대신에 자연석과 투시형 펜스를 활용한 담장을 설치했다. 이용자의 안전 확보와 지역민에게 한발 더 다가가겠다는 의미다. 또한 정자와 가로등을 설치해 도서관을 찾는 고객들에게 아름다운 휴식처와 정보교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예산을 들여 새로운 현판도 설치했다. 이번에 새로 설치된 현판은 성환도서관이 천안교육지원청 소속기관임을 알리고 있다.

성환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민석(46)씨는 “지역주민으로서 도서관이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뿌듯하다”며 “날이 따뜻해 지면 아이들과 함께 잔디밭이나 정자에 앉아 책을 읽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은태 사서팀장은 “성환도서관이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친구나 가족같이 편안한 인생의 산책로 같은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인터뷰] 서은금 성환도서관장
“지역 주민 자기계발?재충전 공간으로 만들려 노력”

-천안성환도서관은 언제 개관했으며, 다른 도서관의 차이점이 있다면.

“1993년 개관해 지역주민의 정보획득과 학습, 휴식, 문화의 공간으로서 시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자기계발과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평생학습관으로 지정받아 지금까지 천안지역의 평생학습 진흥을 위한 복합문화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외곽지역에 위치한 성환도서관은 타 도서관에 비해 그 역할에 한계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교육기관으로 초·중학교, 아동센터, 문화원 등 유관기관과의 평생학습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그램 개발 등을 유기적으로 추진하고 운영함으로써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도서관이 운영하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성환도서관은 ‘바른 품성 알찬 실력 미래 여는 충남교육’ 이라는 교육지표 아래 ‘정보·문화·배움과 소통하는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주간과 독서의 달 행사로 ▶나라사랑, 백범김구 선생의 일대기 사진 및 도서전 ▶다독자 시상 ▶ 홈페이지 개편 이벤트 ▶연체기간 면제 이벤트 ▶ 모범다독자 시상, 마음을 전하는 책엽서, 독서왕선발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했다. 공감과 소통의 평생학습사회 실현에 밑거름이 되고자 학력 NEW 프로젝트 지원 프로그램, 사회통합을 위한 배려대상 프로그램, 지역 평생학습 협력 사업, 바른품성 5운동 확산 프로그램, 학습자 중심 프로그램 등 40여개 계층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만족도를 높였다.”

-사업 성과나 효과가 있다면.

“도서관 독서진흥 행사 및 프로그램 개발로 다양한 계층의 욕구 충족을 통한 도서관 행사와 프로그램 참여를 제고 했다. 독서인구의 저변확대에 힘썼고, 쾌적한 독서환경을 제공했다. 다양한 독서체험 활동으로 스스로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도서관 운영으로 독서 인프라 구축과 아이들의 바른 품성 및 학력신장에 기여했다고 본다. 또한 독서교실, 학교 논술지도 등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지역유관기관과의 상생협력관계를 확고히 시켰다. 사회적 배려계층 대상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사교육비 절감효과를 가져왔다. 자칫 소외되기 쉬운 학생과 장애인들에게 어울림 공동체 의식 형성에 기여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도서관에서는 연중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홍보도 하고 있다. 하지만 몰라서 참여를 못했다는 이용자가 종종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즐겨 찾기 해 놓으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평생교육프로그램 신청 시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하면 프로그램 접수 등에 관한 정보를 문자로도 받을 수 있다. 우리 도서관은 온돌형 난방시스템과 최신형 환기시스템을 마련해 유아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도서관 이용법의 하나다. 아이가 자기 스스로 회원증을 가지고 책을 빌려봄으로써 즐거움과 자립심을 줄 수 있다. 어린시절의 이러한 즐거운 추억은 아이의 독서 생활화 습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아주 중요하다 하겠다.”

-앞으로의 계획과 도서관 운영방안 등을 정리해 달라.

 “도서관은 해마다 충남교육청의 교육지표 및 연간계획에 의거해 1년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12년에도 지금까지 해온 독서진흥 행사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할 계획이다. 2007년 평생교육법 개정으로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지정권한이 시도지사에게 넘어가고 각 주민자치센터에 작은도서관이 설립되는 시점에 우리도서관에서는 그동안 지역대표도서관의 실적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충남 독서평생교육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앞으로도 우리도서관이 지역대표도서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공모 사업을 통한 새로운 프로그램 운영, 도서자료 확충 및 외부 재원 확충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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