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실적 손실커 구조조정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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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의 영업실적이 과거에 비해 호전되고는 있으나 잠재손실을 반영할 경우 여전히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지방은행의 경우 영업여건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잠재부실 털어낸 영업실적=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할 경우 한빛.평화.광주.경남.제주.전북.서울.외환.대구은행 등 9개 은행이 올 상반기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냈다.

잠재손실을 반영하지않을 경우 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의 적자폭은 각 929억원과 250억원 이었으며 서울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303억원과 5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잠재손실을 100% 반영할 경우 적자폭은 한빛은행 7천104억원, 서울은행 7천174억원, 외환은행 2천541억원, 평화은행 1천107억원으로 나왔다.

지방은행은 잠재손실을 반영하지않을 경우 부산은행(57억원)과 대구은행(27억원)이 흑자를 냈으며 잠재손실을 반영하면 부산은행만 흑자였을 뿐 나머지 대구.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은 모두 적자였다.

국민.주택.신한 등 3개 우량은행은 2천억∼3천억원의 당기순익을 내 호조를 보였으며 하나은행과 한미은행도 잠재손실을 모두 반영하고 각 912억원과 132억원의 흑자를 냈다.

금융감독원은 새로운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따른 대손충당금은 연말까지 100% 반영하기로 한 데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체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당초 연말까지 적립금의 50%를 쌓도록 한 만큼 이를 한꺼번에 반영한 것은 공식 영업실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잠재손실을 감안하지 않은 영업실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총자산에 대한 당기순익률(ROA)도 은행간 편차가 컸다.

우량은행인 주택은행과 신한은행은 1.45%와 1.07%, 제일은행은 1.0%로 선진국 우량은행수준(1∼1.5%)에 다다랐다. 국민은행(0.64%)과 하나은행(0.49%)도 비교적 양호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은 0.1∼0.2%대였으며 평화.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은 마이너스였다.

◇시급한 은행 구조조정=잠재부실을 감안한 상반기 영업실적은 2차 은행구조조정을 미적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한빛은행과 외환.서울.평화은행, 지방은행중에는 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의 영업력 제고를 위한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의 자금시장 불안을 감안할 때 당기순익이 흑자로 돌아선 은행들도 대우를 비롯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정상기업으로 분류돼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도 많다.

은행이 조기에 건정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자금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기업 신용경색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도 연내 은행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착실히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주중 은행들이 제출한 잠재손실을 반영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점검을 마무리한 뒤 BIS 자기자본비율 8%에 미달하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은행경영평가위원회가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평가해 금융지주회사편입 은행을 가리기로 했다. 10월 중순쯤이면 은행 구조조정의 윤곽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동참하는 부실은행이나 공적자금 투입은행은 지주회사방식의 강제 짝짓기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공적자금 투입도 이뤄진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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