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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담그면 푸른 물 우러나와

중앙일보

입력

▶물푸레나무의 이름

우리나라의 자생 나무의 이름이 붙여진 유래는 다양하지요. 오래 전에 붙여진 이름이어서 그 유래를 추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지만, 나무의 특징을 잘 관찰하면, 나무의 이름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나뭇 가지가 층층을 이루며 자란다고 해서 '층층나무', 나뭇가지가 정확히 3개씩 갈라져 자라난다 하여 '삼지닥나무', 중국의 '위성(渭城)'지역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라 하여 '위성류(渭城柳)', 떡을 갈아 싸는 데 쓰였다 하여 '떡갈나무', 이파리가 여덟 손가락이 달린 손 모양이라 하여 '팔손이'라는 이름이 나온 거지요. 그밖에도 호랑이 등긁개로 쓰였다는 '호랑가시나무', 잎이 두꺼워 불 속에 던져 넣으면 꽝꽝 소리가 난다는 데에서 '꽝꽝 나무', 분지를 때 딱 소리가 나면 '닥나무', 댕강 소리가 나면 '댕강나무'라고 하는 식이지요.

물푸레나무 역시 이름에 나무의 특징을 담은 예입니다. 잔가지나 껍질을 벗겨서 물 속에 담그면 푸른 물이 우러 나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곧 물푸레나무입니다. 즉 물을 푸르게 한다는 뜻이지요.

오늘은 그가
냉수 한 바가지 달랑 떠 들고
나를 찾아왔다.
물푸레나무가 들어앉았던 물인가
맑은 하늘이 담기어 있다
내가 받아서 마시니
단박에 온 세상이 파랗다
- 김재황, 〈치자꽃 향기〉에서

거개의 나무들이 그러하듯 물푸레나무도 다른 이름을 여럿 가지고 있어요. 줄기와 가지에 흰 색의 얼룩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백침목(白 木)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린 가지가 초록색이라고 해서 청피목(靑皮木)·동과수(東瓜樹)·수동과(水東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에 담그면 푸른 색이 나온다는 데에서 수청목(水靑木)·수창목(水蒼木)이란 이름도 갖고 있지요. 또 가지를 씹으면 쓴 맛이 나와서 고수(苦樹) 또는 고력(苦 )이란 이름도 있고, 잎이 박달나무(檀:박달나무 단)를 닮았다 하여 석단(石檀)이라고도 한답니다. 수거류(水 柳)라는 이름은 습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요.

그밖에도 목서(木犀)·침목( 木)·백랍수(白蠟水)·봉피수(棒皮樹)·분계(盆桂) 등이 모두 물푸레나무를 일컫는 다른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물푸레나무 침( , 또는 물푸레나무 진)이라는 어려운 글자를 쓰지요. 곧 침목( 木)은 물푸레나무를 뜻하는 것이고, 물푸레나무의 껍질은 침피( 皮)라 하게 되지요. 한방에서 생약재로 쓰이는 물푸레나무 껍질의 생약 이름은 진피(秦皮)입니다.

물푸레나무과의 학명은 올리쎄(Oleaceae)이며 물푸레나무의 학명은 Fraxinus rhynchophylla Hance 이에요. 영어로는 Korean ash 라고 불립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에서는 '쉬청나무' 라고도 부릅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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