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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기지 않은 쌀면, 웰빙 세대가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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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농심 쌀국수 짬뽕.

‘2000원 라면’이 소비자의 가정으로 조용히 침투하고 있다. 그것도 성공이 불투명했던 ‘쌀면’ 제품이다. 주인공은 ‘쌀국수 짬뽕’. 올해 라면계 하얀 국물과 빨간 국물의 ‘적백(赤白)대전’에 참전한, 적(赤)군의 신예다. 10월 시장에 나온 이 제품은 출시 1개월 만에 200만 개, 50일 만에 400만 개가 팔려나가며 겨울 면류 시장의 새로운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됐던 1600원 ‘신라면 블랙’이 국내 판매를 접은 것을 생각할 때 의외의 성공이다. 한국식 짬뽕의 깊고 얼큰한 맛을 재현한 데 더해 ‘튀기지 않은 쌀면’으로 웰빙 세대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쌀국수 짬뽕은 출시 후 TV나 지면 광고를 특별히 하지 않았다. 가격은 1개 2000원, 할인매장 기준 3개 4980원으로 라면 제품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현재 월 판매량은 면류 10위권 내 수준으로 라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농심은 이러한 성공의 요인을 “얼큰하고 자극적인 국물 맛,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식재료인 쌀, 그리고 최근의 웰빙 트렌드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역시 국물이다. 농심 제품 개발팀은 지난 1년간 서울·수도권과 대구 등지의 유명한 짬뽕 맛집들을 순례하며 ‘한국인이 사랑한 국물 맛’을 분석했다고 한다. ‘빨간 짬뽕’이 사실 중국 음식이 아닌 ‘한국인 전용 요리’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발품을 팔며 얻은 결론은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는 ‘붉고 매운 짬뽕’이 대세라는 것. 홍합·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고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아끼지 않은 것이 유명 짬뽕들의 하나같은 인기 비결이었다. 이에 따라 농심은 깊은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쌀국수 짬뽕에 액상수프를 추가로 도입했다. 기존 라면에는 일반적으로 분말수프를 사용했고, 액상수프는 고가의 냉장 면류 정도에만 적용됐었다. 쌀국수 짬뽕의 국물맛은 분말수프와 건더기수프, 액상수프의 3종이 어우러져 내고 있다. 기존 짬뽕류 면제품의 국물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었다면, 쌀국수 짬뽕은 다양한 해물에서 우러난 정통 짬뽕의 시원한 맛을 강조했다.

고명에도 신경을 썼다. 씹는 맛을 살린 큼직한 건더기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오징어·표고버섯·당근·홍합·파 같은 건더기가 기존 라면보다 2배 이상 들어 있고 크기도 크다. 비싼 값에 출시했지만 그만큼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상을 줘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농심 측의 설명이다. 당장의 단가 낮추기보다는 ‘제대로 만든 제품’이라고 소비자의 인정을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익하다는 것.

‘튀기지 않은 쌀면’이라는 점을 내세워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 또한 공략하고 있다. 쌀국수 짬뽕 면 원료는 쌀이 80%로, ‘함유’라는 표현의 수준을 넘어섰다. 또한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고 가래떡처럼 길게 뽑아낸 후 바람에 건조시켜 만들었다. 쌀 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시원한 짬뽕국물과 만나 중국집에서 먹는 짬뽕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로 만든 만큼 밀가루 면에 비해 소화가 잘 되고 속이 덜 불편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칼로리도 기름에 튀긴 유탕면에 비해 20%가량 낮아 다이어트 부담을 줄였다. 실제로 제품 출시 이후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식행사에서 자녀 건강과 자신의 다이어트에 민감한 젊은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제품 생산은 농심의 ‘웰빙제품 기지’로 알려진 부산 녹산공장에서 이뤄지며,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농심 관계자는 “쌀국수 짬뽕이 현재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 겨울철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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