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잘리나”… e기술자들 좌불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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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유망직종으로 손꼽히는 웹마스터인 K씨. 그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83만원이다.

이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한 달 평균 수입 1백50만원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그렇다고 스톡옵션 같은 부대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는 자신이 개발한 아이템에서 나는 수익의 20%를 월급 이외로 받기는 한다.

하지만 ‘웹(web)’이나 ‘e’라는 글자만 붙으면 연봉 3천만∼4천만원에 스톡옵션 1억∼2억원 정도는 당연시하는 세간의 인식과는 차이가 많다. 그래도 그는 이나마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한때 천정부지로 치솟던 ‘e기술자’의 몸값이 벤처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급전직하했고 이제는 자리지키기가 절대 명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e기술자들의 호시절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e실업자가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그럴 조짐이 조심씩 엿보이고 있다. 이제 학원을 갓 졸업한 신참은 예전처럼 좋은 대우를 기대할 수 없다.

올 초만 해도 e기술자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업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기술자 확보에 나섰다. 옥션의 경우 올초 7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했다. 이는 당시 옥션 직원의 수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식의 대규모 채용을 없을 것’이라고 인사담당자는 말했다.

벤처기업에도 수익성이라는 잣대가 적용되고 몇몇 벤처기업이 구조조정과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인력 수요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요불급한 인력은 과감히 잘라내고 있다. 최모씨(32)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 쇼핑몰의 개발실에서 웹마스터로 일하던 그는 요즘 집에서 쉬고 있다. 물론 여기저기서 최씨를 오라고 하지만 조건이 이전 직장처럼 좋지도 않고, 회사도 전직장처럼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어서 망설이고 있다. 이미 1, 2위를 다투는 기업의 경우 어지간한 경력으로는 취직하기도 힘들다.

아직은 자발적 실업에 속하지만 경기가 더 나빠지거나, 인터넷 업계의 구조조정이 좀더 진행되면 구조적 실업자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근래에 급증한 관련 학과나 학원 때문에 e기술자들도 갈수록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기술개발이나 콘텐츠 개발 같은 핵심역량 외에 홍보, 마케팅, 서버 관리 등은 외주를 주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인력 감축도 뒤따른다.

이네트의 김현겸 인사담당 이사는 “능력 있고 경험많은 기술자들은 여전히 좋은 보수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머지않아 그런 시대도 올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의 전망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품귀현상을 빚던 웹디자이너의 경우도 요즘은 좀 사정이 나아졌다”며, 서서히 구직난 시대로 들어서는 징후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웹디자이너, e컨설턴트, 웹호스트, 시스템 오퍼레이터 등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거나 생소했던 직업이었다.

이들은 인터넷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등장한 직종이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 기업과 신기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관련 기술에 대한 양성기관이 늘어나면서 사람에 대해서도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실무경험과 전문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e실업자 구직 상담소’가 생길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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