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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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도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술전시회는 좋은 청량제다.

마침 다음주 9일부터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미술대전은 구상부문이기 때문에 비구상 계열의 그림이 까다롭게만 여겨지는 사람들이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화·양화·판화·조각 등 여러 장르에 걸쳐 3백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새천년 우리 미술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구상부문 우수상 네점과 대상작가 인터뷰를 싣는다.

"성격이 직선적이다 보니 맑고 투명한 수채화의 특성에 매료됐습니다."

제1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계열 공모전에서 '여정'으로 대상을 받은 정용근(鄭容根·48)씨는 "수채화의 본질은 '순수'라고 생각한다"며 "백지를 대하면 두려움 속에서 더욱 진지해지는 자신을 느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테크닉과 독창성이 뛰어나 수채화라는 비교적 미약한 분야임에도 대상에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鄭씨는 수상작에 대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원로작가 두 분의 실제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자신이 속한 부산지역 사생단체가 강원도 영월로 야외스케치 여행을 갔을 때 동행한 한상돈(93)·이상국(67)화백이 실제 모델이다.

그는 "이들 원로화백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치열한 작가정신과 예술혼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이번 작품의 모델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면에는 퇴락한 시골집 벽을 배경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노화백 두 명이 사실주의 기법으로 실감나게 표현돼 있다.

鄭씨는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의 독학으로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삼익엔지니어링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인 29세 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鄭씨는 그동안 ▶목우회 공모전 서양화 최고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3회 ▶한국수채화 공모전 특선 및 입상 15회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방송대 국문과와 장로회 신학교를 졸업한 뒤 1996~99년 미국 덴버에 있는 페이스(FACE)신학대학에 유학, 기독미술을 전공하고 귀국했다.

鄭씨는 "앞으로 자연의 삼라만상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느끼는 기독교적인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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