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끄는 현대·몰아치는 정부 벼랑끝 대치

중앙일보

입력

정부.채권은행단과 현대 그룹이 현대사태 해결방안을 놓고 벼랑끝 대치를 하고 있다.

정부는 현대가 확실한 자구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에 집어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는 "정부가 개각을 앞두고 너무 몰아친다" 며 자구책 발표 시기를 미루고 있다.

다섯달 이상 계속된 현대사태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자금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등 하반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6일 "이번에는 현대가 시장과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자구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며 "(현대가 미적거릴 경우)현대건설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 관계자는 "당장 정부.채권단의 입맛에 맞게 모든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면서 "일러야 9일 또는 소떼 방북이 끝나는 11일 이후에 자구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5일 귀국하면 협의해 6일 중 자구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은 6일까지 귀국하지 않았으며, 일본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8일 소떼몰이 방북을 위해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석(홍익대.경제학)교수는 "현대사태의 핵심은 현대가 한때 유동성 부족에 처한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신뢰성과 수익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현대는 시간끌기 전략을 버려야 한다" 고 말했다.

현대에 납품하는 ㈜골든콘넥터 윤여순 사장은 "현대그룹이 어려워진 이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계열분리를 통해 현대가 거듭 태어나야 국가 경제도 살고 현대도 회생할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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