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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 오묘한 하모니... 할렐루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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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16면

‘메시아’는 헨델의 대표작이자 동서고금을 통틀어 종교음악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원한 생명 3부로 구성된 메시아는 러닝타임이 2시간20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1742년 4월 13일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열린 자선행사에서 초연된 이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세계 각처의 자선연주회에서 연주되고 있다.

13일 경기도 고양 아람음악당 ‘2011 싱 얼롱 메시아’

헨델은 대규모 합창곡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다. 바흐가 음악 원칙에 중점을 뒀다면 헨델은 멜로디를 위주로 작곡해 흥얼거리기 쉽다. 헨델은 오라토리오(대규모 종교 극음악)를 유독 많이 남겼는데 이는 당시 시대 상황에서 기인한다. 헨델이 활동하던 영국에선 대규모 무대와 의상이 필요했던 오페라 극장의 규모를 한창 줄여 나가던 중이었다. 헨델이 오페라가 아닌 합창과 독창 등으로 곡을 이끌어 나가는 오라토리오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다. 그는 ‘메시아’를 비롯해 ‘아치스와 갈라테아’ ‘알렉산더의 향연’ 등을 남겼다.

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 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은 12월 13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아람음악당 하이든홀에서 ‘2011 Sing along Messiah(다 함께 부르는 메시아)’를 무대에 올렸다. 지휘자 박치용과 함께 박지현(소프라노), 백재은(알토), 김재우(테너), 박흥우(베이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연으로 참가했다.
모테트합창단이 ‘싱 얼롱 메시아(Sing along Messiah)’를 무대에 올린 것은 올해로 7년째다. 보통 클래식 공연은 연주자와 관객이 엄격히 구분돼 있다. 무대와 객석의 벽은 높고 거리는 멀다. 이 벽과 거리 때문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무너뜨린 공연이 바로 ‘Sing along Messiah’다. 모테트합창단만의 새로운 시도다.

이 공연이 7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는 헨델의 메시아를 관객석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함께 부르며 참여할 수 있다는 매력 덕분이다. 외국에서는 ‘Sing along Messiah’라는 공연 형식이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공연의 좌석은 다른 클래식 공연과 다르다. 보통 공연은 A석, S석, R석, VIP석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이 공연의 좌석은 Sing along석과 일반관객석으로 되어 있다. Sing along석은 관객 참여석이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나뉘어 있어 관객이 원하는 파트별로 앉아 연주자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소통할 수 있다. 노래에 참여하지 않고 감상만을 원하는 관객은 일반 관객석에 앉으면 된다. 이날 공연에서도 Sing along 좌석에 앉은 관객 200여 명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췄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결합된 독특한 음색은 새로운 소리로 다가왔다.

공연이 시작되자 지휘자 박치용씨가 Sing along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발성연습을 도우며 관객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져가며 자연스럽게 관객이 무대와 협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음악 중간중간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성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악보를 보며 별문제 없이 연주자들과 섞여 노래하는 모습은 신기할 만큼 멋졌다. 리허설도 없이 이렇게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낸 것이 신기하면서도 마에스트로 박치용의 능력이 돋보였다.

이날 무대는 모테트합창단 특유의 자연스럽고 순수한 소리로 관객들과 하나가 됐다. 단원들 간의 일체감에서 나오는 성악 파트 간 균형과 조화 역시 돋보인 훈훈한 연말 무대였다.

서울모테트합창단
13세기 초반에 생겨난 종교적 합창곡을 의미하는 모테트(Motet)는 순수하고 음악적인 합창음악을 상징한다. 1989년 창단된 서울모테트합창단은 국내에서 유일한 민간 프로합창단이다. 이번 공연이 84회 정기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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