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마지막 꿈은 “함흥에 제철소 짓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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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태준 명예회장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생전에 북한 동해안 지역에 포스코 같은 제철회사를 짓고 싶어했다. 15일 유족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이 제철소를 짓고 싶어한 곳은 한반도 토끼 목 뒷부분에 해당하는 함남 함흥시였다. 함흥은 1950년 6·25전쟁에 참전한 23세의 박태준 육군 대위가 북진하면서 거쳤던 전략 요충지였다. 박 명예회장의 부대는 포항 형산강 전투에서 승리한 뒤 경북 내륙의 산악지대를 타고 강릉→원산→함흥을 지나 청진까지 밀고 올라갔다. 다음은 유족이 전한 박 명예회장의 회고담.

 “20대 때 권총을 들고 전투하면서 봤던 함흥은 바다가 참 좋았다. 모래가 많고 지형적인 이점으로 파도가 거세지 않았다. 훗날 생각해 보니 제철소가 들어서기 딱 좋은 입지다. 내 인생 후반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함흥제철소를 짓는 것이다. 북한 주민이 잘살아야 통일이 되더라도 편안할 것 아닌가. 빈부격차가 심하면 양쪽이 크게 부담된다.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제철소는 준비 기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먼 훗날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무총리를 지낸 박 명예회장은 실제 2007년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 의원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러 방북할 때 이 같은 의욕과 구상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박 명예회장의 뜻을 전달했으나 북측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박 명예회장은 세상을 뜨기 얼마 전까지도 유족들에게 “함흥제철소 사업을 착수하지 못한 게 인생의 아쉬움”이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박 명예회장의 기본 구상은 자금은 포스코의 신용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1000억원을 끌어대고, 노동력은 북한군 1000명을 광양제철소에 6개월간 기술훈련을 시켜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북한엔 김책제철소가 함북 청진에 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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