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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철도 계속 지원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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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난해 철도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적자는 5000억원이 넘는다. 이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다. 철도는 사양산업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철도 이용률은 세계적 수준이다. 고속철도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10년 기준 28.1%다. 제조업 평균치의 4.5배다.

 철도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철도 자체가 아니라 독점적 운영체제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철도 운영은 단일 공기업이 하고 있다. 경쟁 도입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철도사업이 흑자사업이 되고 더 이상 세금을 축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독점은 비효율이라는 해충이 서식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철도사업에 대한 민간의 참여와 경쟁체제의 출범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항공운항회사인 대한항공(KAL)의 시작은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는 공기업인 대한항공공사(KNA)였다. 현재의 항공교통 소비자들이 누리는 합리적 가격과 좋은 서비스는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사를 포함한 여러 민간사업자들이 벌인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적자투성이 철도사업의 미래에 대한 좋은 참고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사업은 흑자 노선인 고속철도의 수익으로 적자 노선의 비용을 보전하는 형태다. 전형적인 교차보조 시스템이다. 적자가 나도 교차보조를 통해 도와주니 잘해 보려는 노력이 나올 수가 없다. 이런 식이라면 적자 노선은 앞으로도 계속 적자노선이 될 수밖에 없다.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적자노선도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