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찍은게 분명해" 폭탄男 도끼병 심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쟤, 나 좋아하나?’

남자라면 누구나 떠올렸을 법한 오해다. 남성들은 여성의 사소한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이 같은 ‘도끼병’은 여성들이 매력적일수록 심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MSNBC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또 여성에게 인기 없는 남성일수록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컸다. 정작 여성들이 좋아하는 남성은 오히려 자신이 여성에게 별로 어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의 방문교수인 카랭 페리유는 최근 텍사스대에 다니는 18~24세의 남학생 96명, 여학생 103명을 대상으로 ‘즉석 미팅’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우선 자신의 매력 정도를 1~7점으로 평가했다. 그런 뒤 각자 5명의 이성과 3분간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이후 상대방에 대한 성적 매력에 대해 점수를 매겼다. 또 이성이 자신에게 성적으로 얼마나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그 결과 대다수 남성은 여성이 매력적일수록 이들이 자신에게 성적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착각했다. 이런 경향은 상대 여성의 실제 평가에 비해 자신의 매력을 높게 생각한 남성일수록 심했다. 이에 비해 여성들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남성은 오히려 이성이 자신에게 보인 관심을 실제보다 낮다고 생각했다.

페리유 교수는 “이성에 대한 남성의 착각을 다룬 연구는 많다”며 “이번 연구는 매력이 적은 남성이 이런 오해를 심하게 하고 반대의 경우는 착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낸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은 번식을 위해 남성이 나름대로 적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여성의 성적 매력은 번식 능력과 연결된다. 남성 입장에선 이들과 맺어져야 자신의 자손을 많이 퍼뜨릴 수 있다. 여성에게 매력이 적은 남성일수록 여러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결국 남성의 착각은 남성이 용기있게 여성에 다가가도록 하는 방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진화심리학계에서는 이를 ‘긍정 오류’란 용어로 설명한다.

페리유 교수는 “여성들은 이제 자신이 실제로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은 남자가 아니면 추파를 던지는 행동을 삼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 심리과학학회지인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실린다.

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