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남녀역할 고정관념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변화의 바람이 그린에서 일고 있다.

정문 안내원이 여성으로 바뀌는가 하면 중장비를 몰고 페어웨이와 그린을 수리하는 보수관리원(Green keeper)도 여성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정문 안내원이 여성으로 처음 바뀐 곳은 지난달 27일 공식 개장한 서원밸리골프장.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내장객들에게 경직된 인상을 주는가 하면 딱딱한 경례 등으로 오히려 부담감을 주는 안내원을 여성으로 바꿔보자"고 결정하고 개장과 함께 화사한 차림의 여성 2명을 배치, 골퍼들에게 친근감을 심어줬다.

이 조치는 외부인을 특별히 감시할 필요가 없는 골프장에서 굳이 남성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다른 골프장들도 인식하고 있어 확산될 조짐이다. 또 상당수 골프장들이 잔디 관리 요원을 여성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경기골프장의 경우 조경학을 전공한 이모씨(24)가 4년전부터 보수관리원을 자청, 육중한 중장비를 몰고 페어웨이 잔디를 깎고 그린을 관리하다 최근 결혼을 앞두고 사직했다.

이씨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잔디를 제대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씨의 활약을 전해들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중장비 조작방법을 배우는 등 전문관리 요원으로 뛰기 위해 준비중이다.

특히 일부 골프장은 성실하고 섬세한 여성들로 하여금 잔디를 관리토록 하기 위해 장기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등 골프장들의 고정관념 깨기는 다른 분야로 더욱 퍼져나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익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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