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간 외국인 기자도 지하철서 `당했다`…北 외화벌이= 바가지 요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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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 지하철역 입구 [사진=중앙포토]

외화벌이에 나선 북한이 외국인들에게 일명 `바자기 요금`을 씌우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반 관광객은 물론이고 북한을 취재하러 온 외신 기자들에게까지 내국인보다 훨씬 비싼 지하철 요금을 받고 있다. 외화벌이도 모자라 부당한 방법으로 달러를 `갈취`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언론인이 평양에서 외국인을 위한 지하철 요금으로 2유로(약 3000원)를 지불했다. 2007년 내국인 지하철 요금이 5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10월 1주일 간 북한을 취재하고 돌아온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티의 마크 베넷(Marc Bennetts) 기자는 "안내원들이 외국인 관광객은 2유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내국인은 얼마인지 말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국인 요금이 얼마인지 안내원이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해 물건값이 다르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전용 호텔에서 판매되는 사과 1㎏ 가격은 2달러로, 평양 지하철 1구간을 이용하는 데 지불한 요금 2.6달러보다 싸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음식 차림표에 외국인용 음식가격을 적어 놓지도 않고 시중드는 사람들이 국적을 먼저 물어보고 난 후에 음식값을 달리 청구한다고 베넷 기자는 전했다.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평양에 살던 2007년, 북한에서는 구간에 상관없이 지하철을 탈 때 일정금액의 요금을 내는데 어른은 5원, 어린이는 2원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공식적인 환율이 1달러에 북한 돈 100원, 2유로는 2.6달러 정도다. 공식 환율로만 따져도 베넷 기자가 지불한 지하철 요금은 북한 돈 260원을 넘어 2007년 당시 평양의 어른 지하철 요금 5원의 50배가 넘는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암거래 환율로 따지면 2.6달러는 북한 노동자 월급의 2~3배가 된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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