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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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습니다.’

전세계에서 8번째로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를 완등한 K2 한국원정대의 엄홍길(40·파고다외국어학원)
등정대장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밝힌 일성이었다.

이틀간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려 베이스캠프(BC)
는 ‘설국(雪國)
’을 연상시켰다.지난 1일 밤 BC에는 약 5㎝의 눈이 내렸으나 대원들이 머물렀던 캠프Ⅱ에는 50∼60㎝의 적설량을 보여 텐트문을 못열 정도였다.

그러나 2일 아침부터 날씨가 개이기 시작하면서 BC에 있는 눈은 햇살이 비친 지 3시간도 못돼 모두 녹았다.

중앙일보가 창간 35주년 기념사업으로 조인스닷컴·KBS·코오롱스포츠·파고다외국어학원·삼성전자가 공동후원하고 히마라얀클럽이 주관하는 K2 한국원정대의 엄대장일행이 2일 오후 6시20분(이하 한국시간·파키스탄 시간 오후 2시20분)
경 BC에 무사히 도착했다.특히 지난달 31일 18시간30분에 걸쳐 정상을 오르고 탈진한 상태로 캠프Ⅳ에 도착한 유한규원정대장은 2일 대원들과 함께 BC로 하산했다.

BC에 내려온 엄대장은 “베이스캠프로 하산할 때까지 죽음에 대해 벗어나질 못했다”고 말했다.그리고 지난달 29일 외삼촌이 운명을 달리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잊은 엄대장은 이한동 국무총리의 격려전화를 받았다.

유대장은 “후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등정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상 등정의 영광을 대원들에게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정상등정시 자신의 산소통을 유대장에게 주면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무산소등정에 성공했던 한대원은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힘이 들자 ‘내가 여기서 죽어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했지만 모두 성공하고 무사히 내려오니 어려웠던 순간들이 이제는 봄눈녹듯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본사가 2일 인터넷을 통해 엄대장의 14좌 완등이 7번째가 아니라 8번째라는 것을 확인한 것에 대해 대한산악연맹의 관계자는 “자신들은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산악연맹에서 연락을 받지못한다면 등정기록을 알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이스캠프에 있던 대원들은 “탁구협회에서 외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기록을 파악하게 되는데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인 대한산악연맹이 너무 무사안일주의의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고소포터로 고용된 알리 모하마드 장중파가 캠프Ⅲ에서 고소증을 호소해 대원들을 놀라게 했다.알리는 엄대장이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산소로 정상등정을 하겠다’며 8천2백m까지 올라왔다가 캠프Ⅲ으로 내려왔다.그러나 캠프Ⅲ에서 고소증에 걸려 텐트에 머물렀던 알리는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에서 2일 캠프Ⅱ까지 하산했다.

K2베이스캠프=김세준 기자<s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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