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500만 가구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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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부 정성미(40)씨는 지난해 9월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취직하며 맞벌이를 시작했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학원비라도 보태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는 “물가도 올랐는데 공무원인 남편 수입만으로는 애 둘 다 학원 보내기 빠듯하다”며 “집에만 있는 것보다 사람들 만나며 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장(家長) 혼자 벌어서는 살기 빠듯한 시대다. 그래서일까.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맞벌이 가구 및 경력단절여성 통계’ 집계 결과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맞벌이 가구는 507만 가구로 전국 결혼 가구(1162만 가구)의 43.6%다. 외벌이(491만 가구·42.3%)보다 맞벌이 가구가 16만 가구 정도 더 많은 것이다.

 정부가 맞벌이 가구 통계를 공식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사회조사에서 추산된 전국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40.1%였다. 두 조사의 기준·개념 등이 일치하진 않지만, 맞벌이 가구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부부가 40, 50대인 가구에서 특히 맞벌이 비중이 컸다. 정씨처럼 아이들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많이 들기 시작하는 연령대다. 자녀가 대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40대 가구의 경우 절반 이상(52.1%)이 맞벌이였다. 반면 육아에 신경을 써야 하는 30대 가구의 맞벌이 비중(41.1%)은 40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맞벌이 비중이 컸다. 부부 둘이 사는 가정은 맞벌이가 38.8%에 불과한 데 비해 자녀가 둘인 4인 가구는 맞벌이가 47%에 달했다. 가족이 7명이 넘는 가구는 절반을 훨씬 넘는 56.3%가 맞벌이였다. 맞벌이 비중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보육·복지 정책에 맞벌이 가구 실태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욱 박사는 “보육 정책의 경우 일하는 엄마를 우선적으로 배려해 정책을 짤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임금근로자 중에는 아직도 외벌이(53.5%)가 더 많았다. 맞벌이 비중은 임금 근로자 가구(46.5%)보다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농림어업 등 자영업자 가구(63.9%)에서 특히 높았다. 부부가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비슷한 이유로 가장이 관리자인 가구는 외벌이가 61.1%로 맞벌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농림어업 가구는 맞벌이가 81.6%로 압도적이었다. 서울의 맞벌이 비중이 39%에 불과한 반면 전라남도는 56.5%가 맞벌이인 것도 그래서다. 송성훈 과장은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는 농촌 가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혼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 986만6000명 중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190만 명(19.3%)이었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결혼(89만3000명·47%)과 육아(54만5000명·28.7%), 임신·출산(38만 명·20%) 등이 꼽혔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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